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연말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그동안 입원치료중이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다 이날 퇴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병원을 나서며 취재진 앞에서  "국민여러분께 5년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많은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남색 코트 차림이었으며 표정은 밝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병원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충원 참배 후 대구로 이동한 박 전 대통령은 낮 12시 15분께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도착했다. 사저 앞에는 지지자들과 인근 주민 등이 모여 있었으며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환호를 보냈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에게 한 어린이가 꽃다발을 건넸고 박 전 대통령은 웃으며 꽃다발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어린이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 서서 인사말을 했다.  다음은 인사말 전문.

"존경하는 달성군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 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에 여러분들입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였습니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성군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뵈니까 지난날의 이야기 한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참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습니다.

제가 못이룬 꿈들은 이제 또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구 사저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인근 유가읍 쌍계1·2리와 초곡리 주민 170여가구에게 이사떡을 돌리고 "이웃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앞으로 잘 봐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박 전 대통령에게 퇴원 축하 난을 보내고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