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상황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선거 과정과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하면서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 운운은 표면적으로는 1%p 미만의 근소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우려로 풀이될 수 있다. 전 국민이 양분됐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 그 발언의 주인공이 지난 5년 동안 ‘내 편’ ‘네 편’으로 나눴고, 집권 기간 연령·성별·지역 갈등이 심화시켰다고 비판받는 문 대통령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이에게 ‘국민 통합’을 강조하기 전에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저는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던 5년 전 자신의 취임사를 다시 읽고 자성하는 게 순서이지 않을까.

왜 우리 국민이 소위 ‘민주화’ 이후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가며 10년씩 집권한 ‘정권 교체 10년 주기론’을 깨고,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선택했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왜 ‘검사’ 출신 ‘정치 초보’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결국에는 ‘정권 교체’의 주인공이 됐는지, 우리 국민이 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그 배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편, 계속 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 강조 발언은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언한 바 있는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는 의심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2월 7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의 적폐 수사를 당연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발끈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데도 직접 나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ㆍ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