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차루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를 인터뷰 했던 한국 학생이 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우크라이나인 전부가 우리 모두의 영웅"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속에서 ‘중립'을 위한 위치는 좁아지고 있다"
  • 홍태화 미국 스탠포드대 학생
  • 업데이트 2022-03-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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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차루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와 홍태화씨.
작년 12월 6일에 스탠퍼드 대학교에 Visiting Scholar로 방문 중인 혼차루크 전 총리 (Oleksiy Honcharuk)를 처음 만났습니다. 11월에 있었던 그의 강연 ‘우크라이나 vs 러시아: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을 듣고 감명받아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혼차루크 전 총리께서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월간조선의 배려로 제 분석글과 혼차루크 전 총리 인터뷰를 2022년 1월호에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일국의 전직 총리가 먼 한국에서 온 20대 학부생에게 각별히 신경 써 주시는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혼차루크 전 총리는 제게 한국에서는 이 사태 (당시 10만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결집해 있었습니다)의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여전히 ‘나토의 동진, 미국의 도발'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잠시 침묵하다 “솔직히 그리 놀랍지는 않다. 여기(미국)에도 그런 의견이 팽배하니.”라고 하더군요. 부끄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인터뷰 중에는 자신의 영어가 서투르니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물어봐달라고 하셨습니다(실제로는 유창하십니다). 한국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셨을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내부 갈등, 정치권의 부패 등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질문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결을 자신있게 설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국민들을 이끄는 대통령, 몰로토프 칵테일을 제조하는 키예프 시민들을 보며 그의 자신감을 비로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본인의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을 ‘Prime Minister Honcharuk’가 아닌 ‘Oleksiy’, 즉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더군요. 저야 염치없이(?) 바로 알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스탠퍼드에 도착한지 몇 달 되지 않아서, 학교 근처 맛집들 좀 알려줄 수 있냐는 모습은 마치 우크라이나에서 온 교환학생 같았습니다. 이후로 연락할 때도 저를 ‘my friend’로 칭하더군요. 1984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우크라이나 총리였던만큼, 인터뷰 장소였던 경영대학원 카페에서 “여긴 이 빵이 제일 맛있더라"하며 좋아하는 모습은 정말 순박한(?) 청년 느낌이었습니다.
혼차루크 전 총리, 아니 올렉시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던 것은 1월 25일, 한 달 전입니다. 아직 학교에 있을 거라 생각하여 월간조선 1월호와 번역본을 드리겠다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현재 키예프에 있으며, 스탠퍼드로 돌아가면 다시 연락하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어제 새벽 KBS 인터뷰 영상으로 그의 근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제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말에, 혼차루크 전 총리는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러시아군은 명단에도 없는 우리 국민들을 매일 죽이고 있어요. 내가 명단에 있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지도자라면 그 어떤 국민이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지 않겠습니까? 외국인인 저만 해도 정말 울컥해지는데요. 영화 ‘다키스트 아워' 속 처칠의 명연설 동영상에 달린 유튜브 댓글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이 영상을 보는 6분 동안 영국인이었다".
푸틴의 이 몰상식한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을 계기로 세계인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혼차루크 전 총리를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우크라이나인 전부가 우리 모두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국제관계에서 선악 구분은 무의미하다지만,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속에서 ‘중립'을 위한 위치는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제 짧은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추측입니다.
전 올렉시를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대한민국의 입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제 마음을 더욱 굳혔습니다. 학생인 저보다 능력있고 영향력 있는 분들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Viva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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