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음식 문화 알리는 영월 유일 ‘강원나물밥’ 전문점

굽이굽이 산길 따라 한참을 오른다. ‘이런 데 식당이 있을까?’ 의심이 들 때쯤 잘 꾸민 산장 같은 외관의 음식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잃고 헤맨 끝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다. 그래서 붙인 이름일까. 강원나물밥 전문점 ‘산속의친구(강원도 영월군 북면 덕전길 132-53)’다.

김성달(66), 조금숙(65)씨 부부가 운영하는 산속의친구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지정한 영월 유일의 강원나물밥 전문점이다. 강원나물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강원도의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오륜쌀, 오륜감자와 강원도 산나물로 만든 상차림으로, 현재 영월 산속의친구를 포함해 춘천, 속초, 횡성, 화천 등 강원도 내 6개 지정 전문점에서 선보이고 있다. 

강원나물밥은 기존 비빔밥에 비해 콜레스테롤 함량은 5분의 1, 나트륨 함량은 절반 수준으로 낮고 단백질 함량은 높은 건강식이란 게 강원도농업기술원 측의 설명이다.

부부가 산속의친구를 연 건 지난 2015년. 이전엔 17년 간 염소와 사슴을 키웠다는 부부가 갑작스레 외식업에 도전하게 된 건 어떤 이유일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 콩으로 만든 사료를 먹였더니 (가축의)출산율이 떨어지고 기형이 발생하는 걸 봤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새삼 느끼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은 도전으로 이어졌다. 오랜 세월 이어온 축산업을 접은 부부는 함께 세경대학교 호텔조리과에 입학, 늦깎이 대학생이 됐고 2년간 요리와 외식경영을 공부한 뒤 음식점 창업에 나섰다.

곰취·어수리·곤드레··· 입맛 돋우는 신선 산나물 정찬

처음부터 요리에 뜻을 둔 건 아니었지만 음식점을 내기 이전부터 십 수 년 직접 장을 담그고 손두부를 만들며 손맛 좋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온 부부였다. 타고난 손맛이 어디 갈까, 산속의친구를 열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어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쫓아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고 휴가철이면 줄을 설 정도로 알아주는 나물밥 맛집이 됐다.

산속의친구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강원나물밥(2만원) 단 한가지다. 메뉴는 단출해도 상차림은 정반대다. 한 상 가득한 형형색색 음식에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한껏 난다. 밥에 넣어 비벼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감칠맛 나는 산나물은 어수리, 곰취, 취, 곤드레 4가지로 정해져있고 때에 따라 이 중 3가지가 상에 오른다. 

나물이 담긴 접시 중앙에는 청국장 콩이 놓이는데 함께 밥에 넣고 비비면 구수한 풍미를 더한다. 비빔 소스로는 주인장 부부가 직접 담근 송순(松荀) 고추장과 7년 숙성된 죽염 간장이 놓여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상차림 중 하나인 ‘제철 산야초 샐러드’는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봄이면 각종 산나물을 주재료로 제비꽃을 살짝 얹고, 여름엔 돼지감자, 가을엔 뿌리채소, 겨울엔 너도냉이 식으로 계절마다 색다른 맛과 식감의 제철 재료로 샐러드를 만든다.

“우리 땅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식문화 만들어 갈 것”

비지와 묵은지로 반죽해 부쳐낸 비지전과 능쟁이나물로 속을 채운 메밀전병도 별미다. 손두부와 김장김치, 5년 된 묵은지에도 자꾸만 손이 간다. 닭고기와 감자, 표고버섯 등을 넣어 만들었다는 감닭떡갈비와 코다리 조림도 빼놓으면 아쉽다. 

여간해서 맛보기 힘든 달콤한 토종 다래 장아찌와 아삭한 돼지감자 장아찌도 밥도둑이다. 된장찌개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부부가 직접 담근 7년 숙성 죽염 된장은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식음료품평원(International Taste Institute) 주관 품평회에서 우수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좋은 식재료를 써 건강한 식문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열었다는 부부는 청정 자연에서 난 식재료를 고집하는 건 물론이고 화학조미료는 일체 배제했다. 산나물은 모두 영월산, 조미료를 대신하는 각종 장류와 효소, 식초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표고버섯도 참나무 원목 550개를 두고 직접 재배해 상에 올린다. 품은 많이 들고, 재료비 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부부는 “이렇게 음식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 손님들은 보는 게 보람된다”며 활짝 웃는다. “돈 벌 생각이었으면 애당초 이런 산골짜기에 가게를 열었겠냐”는 말도 진심으로 와 닿는다.

산속의 친구는 오전 11시~오후 2시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예약 없이 찾아가도 식사할 수는 있지만 자칫 재료가 소진되거나 손님이 몰릴 수 있어 예약 후 방문하는 게 좋다. 문의 010-7250-5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