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한 것은 2월 13일이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제안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을 위해 안 후보가 단일화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이 나왔다. 

그런데 27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 경과' 자료를 보면 양당은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 유튜브 생방송을 한 열흘 전부터 물밑에서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를 야권 단일화 포문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자 한 배려였다는 것이다. 

지난 2월 3일 국민의힘은 성일종 의원, 안 후보 측에게서는 그의 선거 캠페인을 도와온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났다. 

2월 7일에는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직접 전화, 안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면서 단일화 조건을 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뜻이라면 전폭 수용할 의사를 밝히고 공동정부 구성도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날 밤 즉시 회동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다시 윤 후보에게 전화해 "안 후보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8일에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신재현 선대위 상임고문이 접촉해 단일화를 논의했다. 이어 10일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에게 연락해 안 후보의 승인을 받아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때 윤 후보의 단일화 의지도 전달했다고 했다. 이후 장제원-이태규 라인은 거의 매일 단일화 논의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20일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윤 후보와 통화를 하며 단일화와 관련해 각자 대리인을 통해 먼저 논의하자는 취지로 얘기를 나눴다. 그랬던 안 후보는 윤 후보와 통화한 지 3시간여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며 완주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에도 안 후보에게 전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태규 의원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만나 단일화를 협의했다. 

특히 26일에는 윤 후보의 대리인인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대리인인 이태규 의원이 최종 합의가 양 후보에게 보고됐다면서 두 후보가 언제 만날지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에 따르면, 이후 안 후보측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고 요구했고, 윤 후보는 이에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안 후보는 이에 답변을 전달하는 대신 목포로 출발했다고 윤 후보는 전했다.

양측 대리인은 27일 새벽 0시 40분부터 4시까지 재협의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 “양 후보의 회동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한 것”이라면서 “안 후보 측이 ‘(27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고 요청했고, 저는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측 전권 대리인들이 오늘(27일) 아침 7시까지 회동 여부를 포함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통보해주기로 협의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안 후보는 오전 9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윤 후보측에 단일화 결렬을 통보했다. 윤 후보는 “그쪽에서도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을 지금에서 상세히 밝히는 것은 안 후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투표용지 인쇄(28일) 직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 사퇴한 후보는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인쇄된다. 투표용지 인쇄 전날까지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전 투표 개시일(3월 4일)이 데드라인으로 거론된다. 사전 투표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형태로 후보 ‘사퇴’를 알리게 된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 “처참하게 무시당했고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과연 처참하게 무시당했다는 안 후보의 주장은 사실일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