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상 진보 진영에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많은 대법원도 문재인 정부가 확실한 법률적 근거 없이 일종의 꼼수로 개인 소유지를 강제수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용납지 않았다. 

17일 대법원은 소위 고파도 소송에 대해 정부 지자체의 손이 아닌 토지 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고파도 소송은 고파도 갯벌생태계복원사업을 둘러싸고 소유권을 지키려는 개인들과 이를 강제 수용하려는 정부·지자체가 행정소송을 벌인 것이다. 

충남 서산시는 고파도 부지에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그런데 부지 소유자들이 땅을 팔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국토교통부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했다. 공익사업으로 인정하면 해당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다.

이에 토지주들은 반발했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강제수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를 읽어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 소송전으로 번진 이유다.  

《월간조선》은 2020년 8월호에 고파도 소송전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G&nNewsNumb=202008100033)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토지보상법 제4조 각호에 따른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승소한 원고 측 변호인인 이호동 변호사는 "소송 과정 등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부, 충남도, 서산시는 사업 착수 전 검토 단계에서 고파도 일대 수용 시 토지보상법 적용이 어렵다는 내부검토를 마쳤음에도 무리하게 법을 우회해가며 사업을 추진했다"며 "국가 주도의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사업이 공익성이 있어 일부 개인의 권리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에서 정한 공용제한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명확히 밝혀졌다"고 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