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자진 폐업 경기방송, 수원시 상대 항소심도 승소 : 월간조선

경기 수원시(피고)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두고 ㈜경기방송(원고)과 벌인 행정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릴 전망이다. 경기방송은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방송 허가를 자진 반납하고 폐업한 민영 방송이다.

2020년 5월 경기방송이 수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수원지법 제4-1행정부(부장 김상연)는 지난해 2월 10일 “수원시는 도시계획 변경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시는 불복해 항소했다.

18일 수원고법 행정 1부(부장 임상기)는 “수원시가 원고의 사유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원심을 유지하고 피고 항소 기각 판결했다.

경기방송에 따르면, 경기방송은 수원시의 도시계획 변경 결정 고시 보름 뒤인 같은 해 5월 14일 수원지법에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 제기한 이후 용도변경에 불이익을 당해 2년 가까이 임대 사업 수익 손실을 보았다.

앞서 수원시 도시계획과는 2020년 4월 29일 경기방송 부지인 영통구 영통동 961-17(2730㎡)을 ‘주변 현황 및 향후 토지이용 계획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를 들어 ‘근린상업시설용지’에서 방‘송통신시설용지’로 용도를 변경하는 결정을 고시(제2020-132호)했다.

수원시는 경기방송이 2020년 3월 30일 주파수 99.9㎒와 방송 허가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진 반납하고 지상파 라디오 방송을 전면 중단하자마자 ‘경기방송의 면허 반납’ 등을 근거로 도시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원시가 경기방송이 방송사업을 계속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들어 경기방송 사옥 부지 용도를 2012년 방송통신시설에서 근린상업시설용지로 변경해준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방송 사업을 계속해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지 않은 이상, 단지 원고의 사정으로 방송 사업을 폐업하게 됐다고 해 원고가 무려 19년 전에 이 사건 토지를 비교적 저렴하게 취득했음을 이유로 원고의 토지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원시가 2020년 3월 30일 경기방송이 방송을 사업 폐업하자 불과 4일 후에 경기방송 토지를 ‘방송통신시설용지’로 변경한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도시계획은 도시정책상의 전문적, 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장기적인 목표 충분한 기간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수원시가 이 같은 검토 없이 짧은 기간에 용도 변경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공익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경기방송 관계자는 “수원시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짜고 방송 폐업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을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폐업과 동시에 더욱 심한 탄압을 가하고, 경기도는 공영방송 허가 신청까지 마친 상태”며 “이번 결과는 당연한 귀결이며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방송(KFM 99.9)은 1997년 12월 개국한 경기도 유일 지상파 민영 방송사였다. 2020년 3월 30일 주파수를 자진 반납하고 폐업했다. 방송사 주파수 자진 반납·폐업은 처음이다.

경기방송 관계자는 “민영방송 1도 1사 원칙에 따라 경기도에서도 방송국을 개국했지만, 당시 막 출범한 SBS(서울방송)가 경기방송의 TV 운영을 반대했다”며 “TV 대신 라디오만 운영하는 대가로 황금 주파수인 FM 99.9㎒와 민영 라디오로는 유일하게 종합편성권을 갖게 됐다”고 했다.

신년기자회견 이후 정권에 찍힌 경기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