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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이 쓴 이어령 作 노태우 추모시 <질경이 꽃>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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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사익, 이어령, 추모시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 사진=이동춘 작가

1.

지난 4월에 출간된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가 쓴 《쇠퇴하는 한국교회와 한 역사가의 일기》에 흥미로운 글이 나온다. 

국내외 역사적 인물과, 그 인물이 업적을 이뤄냈을 당시 나이가 상세하게 기술되었다. 전체 내용인즉, ‘늦었다고 포기하기에 이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글을 읽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옥 교수의 글을 퍼 날랐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영재 이건창은 13세에 별시 문과에 최연소 합격했고,

남이는 17세에 무과에 장원 급제했고,

혜초는 20세에 중국 인도 등 40개국 여행을 시작했고,

G.H.존스는 21세에 한국 선교사로 파송되었고,

조성진은 21세에 쇼핑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윤동주는 24세에 '서시'를 썼고,

니체는 24세에 바젤 대학교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고,

김영삼은 25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칼뱅은 25세에 '기독교 강요' 초판을 썼고,

제갈공명은 26세에 유비의 군사(軍師)가 되었고,

홍종우는 26세에 파리 유학하며 심청전을 불어로 출판했고,

이승만은 29세에 감옥에서 '독립정신'을 집필했고,

안중근은 30세에 하얼빈에서 히로부미를 처형했고,

이덕형은 31세에 홍문관 대제학이 되었고,

이순신은 32세에 무과에 급제했고,

이용도는 33세에 예수교회를 세우고 죽었고,

루터는 34세에 "95개조"를 썼고,

이명박은 36세에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고,

고건은 37세에 전남도지사로 임명받았다. 

 

그러나 40세에 루신은 '아큐정전'을 썼고,

41세에 진갑용은 홈런을 쳤고,

45세에 조지 포먼은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45세에 장사익은 가수로 데뷔했으며,

48세에 킹 질레트는 면도기를 개발하여 최대 회사를 만들었고

53세에 스크랜턴은 선교사로 와서 이화 학당을 세웠고,

53세에 크록은 맥도널드를 창사했고,

57세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완성했고,

58세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출판했고,

60세에 가다머는 그의 첫 책 '진리와 방법'을 출판했고,

61세에 히치콕 감독은 "싸이코"를 찍었고,

62세에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을 발견했으며,

67세에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발표했다.

70세에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변론'했고,

70세에 미켈란젤로는 성베드로 성당 벽화를 완성했으며,

71세까지 슈퇴거 간호사는 소록도에서 43년간 봉사했고,

72세까지 마포삼열 선교사는 46년간 한국 선교사로 일했으며,

73세에 이어령은 세례를 받았고,

77세에 글렌은 디스커버리호로 우주 여행을 다시 했으며,

79세에 처칠 수상은 노벨 문학상을 밭았고,

80세에 모세는 부름을 받아 40년간 광야에서 일했고,

80세에 에디슨은 1,093번째 특허를 받았고,

81세에 프랭클린은 미국 헌법을 초안했고,

81세에 괴테는 '파우스트'를 완성했고,

83세까지 영조는 다스리며 조선의 최장수 왕이 되었고,

85세인 1890년에 정순교는 과거 최고령 합격자가 되었고,

88세인 송해는 아직도 현역인데다 전통 혼례식도 시연했고,

90세까지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 환자들을 돌봤고,

90세에 랑케는 '세계사' 집필을 마쳤으며,

93세에 피터 드러거는 '넥스트 소사이어티'를 출간했고,

97세에 윤동주 친구인 김형석은 책 내고 강연하고,

100세에 모리스 밀러는 75세부터 25년간 맥도날드에서 서빙을 했다....>

 

그러니 조바심을 내거나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세상에 화를 내지 말자. 갈 길은 언제나 멀다. 가다 보면 쉼도 있고 사람도 만나리니.

- 옥성득의 ‘Next’ 중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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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씨가  이어령 전 장관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쓴 헌시(獻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를 붓글씨로 써 액자로 만들었다.

 

2.


옥성득 교수의 글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이화여대)와 소리꾼 장사익씨가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이어령·장사익 두 사람은 다소 연배 차이는 있지만 같은 충청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또 인연이 오래 이어져 온 사이라는 후문이다.


장씨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부터 이 전 장관의 크고 작은 강연이나 행사에 자주 동행했다고 한다. “노래 좀 허는(하는)” 장씨를 이 전 장관이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작년 1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모임인 ‘광화문 문화포럼’이 이 전 장관에게 제1회 광화문문화예술상을 수여했을 때 장씨가 행사장을 찾아와 축가를 불렀다.

지난 2019년 12월 서울 통인동 ‘이상(1910~1937)의 집’에서 이 전 장관이 문화지킴이들에게 특강을 할 때도 장씨 역시 찾아와 천상병의 <귀천>을 노래한 일이 있다. 당시 이 전 장관이 손으로 입을 감싸 쥐고, 감상에 빠져들었다고 전한다.

 

최근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이 이 전 장관의 서울 평창동 자택을 찾아와 액자 하나를 건넸다.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1m가 넘는 비교적 큰 액자였다. 액자는 이 전 장관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쓴 헌시(獻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를 장사익씨가 유려한 붓글씨로 쓴 것이었다. 소리꾼의 끈적끈적한 발성이 붓글씨에서도 묻어있었다.


아마도 장씨가 이 시에 매료되었던 모양이었다. 이 전 장관이 쓴 원문은 시이지만, 장씨는 행갈이를 하지 않고 산문시처럼 붙여 썼다.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 전 장관은 이 액자를 자택 거실의 눈에 띄는 자리에 세워두었다.

장씨는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에도 붓글씨로 쓴 <질경이 꽃> 액자를 전달했다고 한다. 


3


이어령 전 장관이 쓴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를 다시 소개한다.

(월간조선 뉴스룸 10월 30일자 기사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쓴 이어령의 추모시 ‘질경이 꽃’ 잔잔한 감동’ 참조)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

-이어령

 

 

남들이 고인의 영전에

국화 한송이 바칠 때에

용서하세요. 질경이 꽃 하나

캐다 올리겠나이다.

하필 마찻길 바퀴자국난

굳은 땅 골라서 뿌리내리고

꽃 피운다하여 차화(車花)라고도

부르는 잡초입니다.

독재와 독선, 역사의

두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밑에서

어렵게 피어난 질긴

질경이 꽃 모습을 그려봅니다.

남들이 서쪽으로 난

편하고 따듯한 길 찾아 다닐 때

북녘 차거운 바람 미끄러운

얼음 위에 오솔길 내시고

남들이 색깔이 다른 차일을

치고 잔칫상을 벌일 때

보통 사람과 함께

손 잡고 가자고 사립문 여시고

남들이 부국강병에 골몰하여

버려 둔 황야에

세든 문화의 집 따로

한 채 만들어 세우시고

이제 정상의 영욕을

역사의 길목에 묻고 가셨습니다.

어느 맑게 개인날 망각에서

깨어난 질경이 꽃 하나

남들이 모르는 참용기의 뜻,

참아라 용서하라 기다려라

낮은 음자리표 바람소리로

전하고 갈 것입니다.

입력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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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Stand Up 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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