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이 2018년 외국 공관장으로 내정됐다가 출국 직전 인사가 취소되고 대신 민변 부회장 출신 변호사의 동생이 임명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닷컴>은 9일 퇴직 외교관 이모씨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등은 정신적 피해액 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소장에서 “인사 내정이 공지됐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발령이 안 돼 외교부 내부와 동포 사회에서 명예훼손를 입었고, 금전적으로도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변 부회장 출신 B 변호사는 조 전 장관 등과 오랜 기간 사회적 활동을 같이 했다”며 “(B 변호사 동생) A씨를 인사 발령하기 위해 원고(이씨)를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은 석 달 전 이씨를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했었다. 이씨가 인사 발령에서 탈락한 뒤, 후임자로 임명된 A씨와 '인사개입설'의 당사자로 지목된 A씨의 형 B씨와도 인터뷰 했었다. 

그러나 이씨가 "잠시 기사를 보류해달라"고 부탁해 끝내 기사는 빛을 보지 못했다. <조선닷컴>이 이씨가 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보도했기에, 이 사건의 내막을 담은 기사를 아래에 전재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2021년 9월 작성]

외교부가 재외 공관장 인사에서 주(駐) 독일 본(Bonn) 총영사 겸 분관장(이하 분관장)으로 인사명령이 난 외교관을, 부임 엿새 전 돌연 발령 취소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외교부 인사명령이 특별한 사유 없이, 엿새 만에 갑자기 뒤바뀐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게 전·현직 외교부 직원들의 지적이다.

《월간조선》은 당시 외교부 인사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발령 취소된 본 분관장 직위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출신 법조인의 친동생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교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인사개입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靑도 호의적이었던 검증 과정

이○○씨(61)는 주 일본 도쿄총영사로 근무중이던 2017년 12월, 공관장 인사 검증 자료를 제출하라는 외교부의 지시에 따라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씨는 2018년 1월 10일경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해 8월 단행될 외교부 인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씨의 말이다.

“당시 BH(청와대) 전화통화는 제게 호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화 통화에서 ‘부동산 거래 내역 신고를 할 때 실거래가를 적용할 필요가 없고 공시지가를 적용하라’고 조언해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재산신고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어요. 검증 과정도 무난히 통과했죠.”

이씨는 1월 20일경, 김○○ 외교부 인사기획관(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김○○ 국장은 주 본 분관장 직위를 제안했고, 이○○씨 역시 이 제안에 동의했다. 같은 해 6월 29일 외교부는 인사공지를 통해 외무공무원 이○○씨를 포함한 세 명의 신규 인사내정을 발표했다. 이○○씨는 예상했던 대로 주 독일대사관 본 분관장에 내정됐다. 

이○○씨는 외교부에 근무하던 30년간 근정포장(2005년), 녹조근정훈장(2012년) 등을 수훈(受勳)했고, 징계조차 받은 일이 없었다. 2015~2020년까지 인사 평가 성적 역시 ‘B’를 한 번 받은 것을 제외하곤 모두 ‘A’였다. 

더구나 이○○씨는 2012년부터 3년간 독일 본 분관에서 공관차석으로 근무하며 녹색기후기금 한국 유치, 유엔 봉사단 확대, 동포단체 지원 등의 성과를 올렸다. 독일 본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독일에 관한 남다른 전문성을 지녔기에 외교부 안팎에서 이씨가 인사에서 비선(非選)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이씨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본 분관장’이란 직위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본 분관은 해외에 있는 우리 대사관, 총영사관, 분관, 대표부를 통틀어 규모 상 상위 30%에 속한다고 한다. 

독일 본에는 18개에 달하는 유엔(UN) 기구들이 있어 본은 뉴욕, 제네바, 비엔나에 이어 ‘세계 4대 유엔 도시’로 불린다. 총 16개 독일 연방 부처(部處) 중 6개가 본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독일 산업의 중심지인 라인·루르 지역을 관할한다. 과거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이 둥지를 텄던 곳이기도 해 재독(在獨) 한인 사회 중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 본이라고 한다.

본(Bonn) 분관장 내정돼 인수인계 절차 돌입

외교부 인사과는 2018년 7월 26일경, 이○○씨에게 독일 발령 일자와 부임 일자를 통지했다. 이○○씨에 따르면, 외교부 인사과는 ‘대략 8월 29일경 최종 발령이 날 것이라고 통지했고, 늦어도 8월 31일까지는 현지(독일 본)에 부임하라’고 지시했다. 

그에 맞춰 이○○씨는 후임 도쿄총영사에게 업무 인계 작업을 마쳤다. 동시에 이씨가 부임할 본 분관의 금○○ 총영사로부터 업무 인수 절차를 밟았고, 분관 차석인 박○○ 공사참사관에게는 국경일 행사 준비 등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편으론 일본 현지 주택 해약과 이삿짐 선적, 항공편 예약, 이·부임 인사도 준비하는 등 독일로 부임하기 위한 준비를 하나둘씩 해나갔다. 

독일 부임 준비로 정신이 없던 이○○씨는 그해 7월 30일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인사운영팀 직원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의 요지는 ‘최근 공직검증 유효기간이 6개월로 바뀌어 이미(2017년) 제출한 검증 자료와 유사한 내용의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인사운영팀 장○○ 서기관은 이○○씨에게 ‘유효기간이 지나 다시 받아야할 뿐’이라며 ‘같은 자료를 다시 제출하면 되는 것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규정 변경에 따라 외교부가 재(再)제출 요구를 한 것일뿐, 일종의 ‘요식행위’였다”고 해석했다.  

당시 외교부가 이메일을 통해 이○○씨에게 요구한 자료는 ▲개인정보제공동의서 1부 ▲가족관계증명서 1부 ▲부동산·금융 등 현황자료 1부 ▲후보자 인적사항 1부 등 총 7가지였다. 외교부 측에선 이튿날인 7월 31일 ‘다른 기(旣)제출 자료는 괜찮으니 가족관계증명서만 검증자료로 제출하면 된다’고 해, 8월 1일 이 자료를 외교부에 송부했다. 

8월 10일경,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이○○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이씨의 기억에 의하면,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한 말은 그해 1월 통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특이사항은 없었고, 말 그대로 기본적인 사항을 재확인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시기 이씨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두 차례 통화했으나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기억했다. 

돌연 인사 명령 취소… 외교부 ‘靑 지시였다’

2018년 8월 23일, 외교부는 이○○씨에게 돌연 인사 명령 취소 통보를 했다. 독일행 비행기를 타기 엿새 전이었다. 인사 절차가 사실상 끝나 일본에서 본 분관장 임무를 수행하던 과정에서 받은 통보라 이○○씨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씨는 외교부 인사과에 명령 취소 사유가 무엇인지를 문의했다. 이○○씨는 외교부 인사과 관계자가 했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인사과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 라인 지시로 인사 명령이 취소됐다. 현 정부에서 고위공무원 진급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하더군요. 제가 ‘명령이 취소된 정확한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하자 인사과 관계자는 ‘청와대 결정 배경은 우리도 알 수 없다. 조만간 대체 인사가 나올 예정이다’ 정도로 귀띔해주더라고요. 청와대 지시로 (인사에서) 배제됐다는 답을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인사 명령이 취소됨에 따라 이○○씨는 갑작스럽게 붕 뜬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일본에서 거주하던 집을 정리한 상태였고, 짐도 독일행 컨테이너선에 선적한 뒤였다. 결국 독일행 배에서 짐을 부랴부랴 빼야 했고, 별도의 인사 명령도 받지 못해 본국(本國) 귀환을 못한 채 일본 내에서 임시주택을 전전하며 4차례나 옮겨 다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를 비롯한 가족들까지 피해를 받아야 했고, 금전적인 손실도 뒤따랐다. 

이○○씨는 또 “갑작스런 인사 명령 취소에 일본과 독일 양국 인사들은 물론 지인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말이다.

“제가 비위(非違)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그렇게(인사 명령 취소) 된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그걸 감내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사 명령의 경우, 다른 외교부 공무원들도 다 볼 수 있어 취소 배경을 모르는 이들은 저에 대해 오해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저 스스로 많이 위축됐습니다.”

이씨는 또 “명예훼손은 물론 경력에 의한 타격, 금전적 피해, 정신적 피해가 막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해를 넘긴 2019년 대법원 외무협력관으로 부임해 그곳에서 1년을 근무했다. 2020년 5월 외교부 본부 대사 발령을 받았고, 이 직위를 끝으로 지난 7월 정년퇴직했다.

강경화 “이유 없이 (인사 명령) 취소된 건 아니다”

이○○씨는 2019년 3월, 국내로 귀임(歸任)한 뒤, 인사 명령이 취소된 배경을 계속 추적했다. 

이○○씨는 2020년 1월 29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씨는 “2018년 8월 독일 본에 못 가게 된 이후 지난 2년 6개월 간 청와대 관련 기관에 철저히 조사한 결과,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에게는 도덕적 업무적 어떠한 다른 문제도 없다고 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본 발령 인사교체 배경에 대해서 장관님께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2020년 5월 29일에도 강경화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다.

<저는 독일 본(Bonn)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으며 공관차석 근무(2012~15)도 열심히 했습니다. 아직도 동포, 주재국 인사들과 각별한 사이이며, 함께 근무했었던 전 직원(외교, 환경, 과기, 경찰, 법원, 파견)들과는 매 2~3개월 제 집에서 모입니다. 

(중략)

그러나 (본부의 8월 중 부임 지시에 따라) 독일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6일 전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충격이 컸음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모르고 별다른 설명이 없어 마음고생과 미래에 대한 혼란이 컸지만 무엇보다 가족은 집도 없고 이삿짐도 보낸 상태에서 일본에서 4차례 5~9평 규모 임시 숙소를 이사 다니면서 어려운 생활을 했습니다. 건강하셨던 어머니는 작년(2019년 7월) 갑자기 별세하셨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모든 임무를 차분히 한 치의 빈틈없이 수행하는 한편, 공직생활을 성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많은 고민을 했으며 대사대리, 출장소장 방안 등도 제시했습니다. 최근에는 주 오스트리아 차석 대사 등에 응모했습니다. (어떠한 공관 근무도 장관님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중략)

저는 지난 30년간 한 번도 무리한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사전 규정을 철저히 조사합니다. 비록 정년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공관 발령이 형평성 등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나 주 본 분관장 발령이 아무런 이유 없이 취소되었고, 모든 본부 지시를 묵묵히 따른 점 등을 감안하셔서 마지막 근무를 해외공관에서 외교에 기여하면서 은퇴할 수 있도록 장관님께서 각별하게 배려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같은 해 6월 1일 “메시지 잘 읽어보았습니다”라며 다음과 같은 답변 이메일을 보내왔다. 

<본 분관장 발령이 편지에 쓰신 대로 “아무 이유 없이” 취소되었던 것은 아니고, 안타깝게도 고공단(고위공무원단) 심사에서 탈락하셨기에 정식 발령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인사국장께서 설명해드린 것으로 압니다만, 다시 한 번 인사국장께서 연락을 드리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을 통해 이○○씨에게 명예퇴직을 권했다고 한다. 보통 외교부 인사 검증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검증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문제를  제기해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특히 인사에서 탈락할 경우 6개월~1년 이내에 ‘제2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씨 사례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별도의 소명 기회는 물론, 재기(再起)의 기회 역시 부여받지 못한 채 외교부로부터 명예퇴직을 권고 받았기 때문이다.

본 분관장 인사 당시 투서나 민원도 발견 안 돼

이○○씨는 정년퇴직을 앞둔 지난 6월 말과 7월 초,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에 본 분관장 인사가 이뤄질 당시 자신과 관련해 들어온 투서나 민원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감사담당관실은 ‘없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가 “감찰과에 접수됐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해, 이○○씨는 외교부 감찰담당관실에도 이메일을 보냈다. 감찰담당관실 관계자도 “관련 신고로 접수된 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회신을 이씨에게 보내왔다.

지난 6월 30일엔 외교부 인사기획관을 면담하며 2018년 인사 명령이 취소된 배경을 물었다. 인사기획관은 이○○씨에게 ‘청와대를 비롯한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인사기획관은 ‘인사 검증은 청와대 소관이며 과정과 내용에 대해 (외교부도) 잘 모른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또 ‘청와대 민정에도 비공식적으로 확인해봤다’며 ‘특이사항은 없었으며 문제가 있을 시 제도 조사가 실시되는데 그런 적도 없었다’고 이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과거 일본과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상급자가 작성한 ‘인사추천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강경화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듯이 이씨는 대법원 외무협력관직을 마치고, 명예회복 차원에서 정년을 앞둔 마지막 보직으로 주 오스트리아 차석 대사직을 희망했다. 그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상급자들에게서 받은 인사추천서를 보여준 것이다. 그 내용 중 일부다.

<▲이○○ 국장은 총영사로서 동포단체 지원 영사 민원 업무, 위기관리, 주재국과의 협조, 영사 분야 제3국 협력 등에 있어 업무수행이 매우 우수했으며… 무엇보다 대민관계에 있어 도덕관이 확실하며 동포들의 평가가 매우 좋습니다. 이 국장의 전문지식, 탁월한 외국어 구사능력(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을 보아 적극 추천합니다. - 전 주 일본 대사 이○○

▲이○○ 국장은 총영사로서 많은 해외공관보다 규모가 큰 주 일본 대사관 영사부(공무원 9명, 행정원 21명)를 탁월하게 운영했으며 동포 업무, 민원, 주재국 당국과의 협조 등에 있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많이 있었던 지진, 태풍 시 위기관리를 매우 안정적으로 잘 수행했으며 위기관리 시스템 및 민원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 전 주 일본 대사 이○○

▲이○○ 국장은 2019년 4월~2020년 5월간 대법원 법원행정처 외무협력관직을 탁월한 성적으로 수행했으며 법원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늘 도움을 아끼지 않는 자세로 법관, 법원 행정 공무원 포함 같이 일했었던 법원의 모든 직원들 사이 평이 매우 좋습니다. 이 국장의 전문지식, 인품, 외국어 능력(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을 보아 주 오스트리아 차석 대사 포함 본인 희망 직위에 적극 추천합니다. - 전 법원행정처장 조○○>

외교부는 주 오스트리아 차석 대사를 희망한 이○○씨의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 대신 부임한 A씨와 그의 형 B씨

그럼 이○○씨 대신 본 분관장에 부임한 외교관은 누굴까. 그는 ‘제3국 대사’를 지낸 A씨였다. A씨는 이○○씨가 본 분관장 직위에서 배제된 두 달 후인 2018년 10월 15일, 본 분관장 발령을 받았다. 

외교부 안팎에선 A씨가 본 분관장 발령을 받은 배경에 ‘A씨의 형 B씨(변호사)의 역할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의 인사 검증을 수행했던 청와대 민정 라인과 B씨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나왔다. 

복수의 외교부 관계자들은 ‘B씨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냈다’ ‘A씨는 대사 재임 시절 징계를 받아 본 분관장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즉 징계를 받았던 사람(A씨)이 청와대 민정 라인과 친분이 있던 민변 부회장 출신 형(B씨)의 도움으로 본 분관장 발령을 받았다는 요지다.

A씨 인사 검증이 이뤄지던 시기, 청와대 민정 라인엔 조국 수석(전 법무부 장관)을 정점으로 C선임행정관과 D 행정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C씨와 D씨 역시 민변 출신으로, 이중 C씨는 현재도 청와대에 근무 중이다. 민변 출신 법조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종 요직에 발탁돼 민변은 ‘정권의 주요 인재풀(pool)’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A씨와 B씨의 입장

A씨와 B씨의 입장을 들어보자. A씨는 “본 분관장은 공사급 직위로 (나처럼) 대사를 지낸 사람이 갈 만한 자리는 아니다”라며 “외교관들 사이에선 비(非)선호 직위로 분류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설명이다. 

“대사직을 마치고 외교부 본부 대사로 있던 2018년 9월경, 외교부로부터 ‘본 분관장으로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장 스탠트 시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임지(任地)가 신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곳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본 분관장직에) 승낙한 것입니다.”

A씨는 본인이 받은 징계와 관련해 “내 입장에서 억울한 게 있어 그 내막을 다 밝힐 순 없지만 징계 건은 본 분관장 부임 뒤에 받은 것”이라며 “징계 건과 본 분관장 발령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A씨는 “당시 정권 초반이라 그런지 외교부 인사 과정에서 내정됐다가 철회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형 B씨의 ‘인사개입설’과 관련해 “형과는 안부나 가끔 묻는 정도의 사이”라며 “(형은) 외교부 인사에 관여할 위치도 안 되고 그럴 사람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는 “(나는) 외교부에서 잘 나가던 사람도 아니다. 우리 형제를 둘러싸고 왜 그런 의혹이 제기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정년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B씨는 “인사개입설과 관련해 동생(A씨)과 사전에 연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B씨의 말이다.

“조국 전 수석은 제 후배이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닙니다. C씨와 D씨는 민변 관련 모임 자리에서 한두 번 봤을 뿐,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일로 그들과 연락을 취한 적이 없습니다.”

B씨는 “30년간 변호사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왔다”며 “형제간의 일로 인사청탁을 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일로 내 이름이 거론된 게 불쾌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은 청와대와 외교부로

현재 이○○씨는 외교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상태다. 이씨의 정보공개 청구는 청와대에 접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늦어도 10월 중순까지 이○○씨 인사 배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이씨는 청와대의 소명이 불분명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차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씨의 말이다.

“임무 수행에 있어 제게 약간의 귀책(歸責) 사유라도 있었다면 납득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인사명령이 난 저를, 그것도 이미 본 분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저를 명확한 배경 설명 없이 인사에서 배제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일이 재발(再發)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씨 인사 배제를 둘러싸고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A씨와 B씨는 인사개입설을 원천 부정하고 있다. 결국 청와대와 외교부가 나서 의혹을 불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