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은 지난 10월 26일 서거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성과 중 하나다. 1990년 10월 13일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민생 치안 확립을 위해 조폭 소탕을 골자로 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는 검찰과 조직폭력배 핵심 관계자가 형량을 놓고 거래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대장동 설계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정작 검찰은 정 회계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정 회계사는 여전히 참고인 신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만배씨와 남욱, 정민용 변호사 등 3명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공모해 2015년쯤 민·관합동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 자체를 결탁해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정 회계사와 그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추천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한 최측근 김민걸 회계사도 이 혐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정 회계사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를 김 회계사를 통해 진행했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 회계사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은 검찰이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 돼 있다. 

철저히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정민용 변호사 보다, 김민걸 회계사가 공사에서 직책이 위였다"며 "사실 남욱, 정민용 변호사는 '숫자' 쪽에 젬병이었다. 경제 관련 변호사가 아닌데 어떻게 잘 알겠나. 오히려 회계사인 정영학, 김민걸 라인에서 사업자 공모와 선정, 성남도시공사의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숫자'가 그들의 전공 아닌가. 그런데, 그들은 '불사조'인가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정 회계사의 경우 천문학적 배당금을 챙기는 등 사적 이익 추구도 있었다. 대장동 사업으로 600억 이상을 벌었다. 배임죄 적용이 충분해 보인다. 

사건의 몸통이 검찰과 형량을 놓고 거래를 시도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 증언을 해 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아주 잘 안다. 이는 여러 번의 취재를 통해 검증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혐의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정 회계사를 수사하다 보면 그와 '깐부'라고도 볼 수 있는 김 회계사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