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부터 4개 선거구의 조직위원장 공모 접수를 시작했다. 서울 광진을과 서초갑, 충북 청주상당, 경남 김해을 4개 선거구다. 광진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해을은 장기표 전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됐다.

서초갑과 청주상당은 내년 3월 9일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다. 보궐선거는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서도 열린다. 현재까지 보궐선거가 확정된 선거구가 4곳이고 이 중 2곳(서초갑 윤희숙, 대구 중남구 곽상도)은 국민의힘이 차지했던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이 중 서초갑과 청주상당의 조직위원장을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공모 접수한다. 심사 및 발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 조직위원장 공모를 하느냐, 또 보궐선거 지역 4곳 중 2곳만 포함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다음주 금요일인 11월 5일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날이다. 그 주에 조직위원장 심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당 안팎의 시선이 완전히 대선 경선에 모여있는 동안 이를 피하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내년 3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선거구는 내년 초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선임되는 조직위원장이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재 신임 조직위원장이 선임되면 내년 초엔 지역구는 물론 당내에서 또다른 분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대표마저도 지금 시점에서 조직위원장을 공모하는 데는 반대의 뜻을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 지역이며 보수야당의 텃밭과도 같은 서초갑에 이처럼 급박하게 조직위원장을 공모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궐선거 지역 중 종로는 차후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전략공천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청주 상당은 야당에겐 쉽지 않은 지역으로 중앙정치인보다는 지역의 맹주들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두 곳을 빼고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는 보수야당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정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선보다 당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구 중남구는 빼고 서초갑만 조직위원장을 모집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두 선거구 모두 당의 특정 최고위원이 노리고 있다.  서초갑은 고위당직자의 최측근도 노리는 상황이다. 

다만 조직위원장 공모는 시당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대구시당과 서울시당의 형편이 다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의원들이 지금 공모하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12개 선거구 중 1명을 빼고 모두 현역 의원이다. 서울시당은 49개 선거구 중 현역의원이 8명에 불과하고 이 중 대부분이 초선이거나 선거구를 옮긴 의원이다. 구성원들의 태도와 당 지도부의 반응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애초 당내에서는 지금 조직위원장을 모집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도부 중 일부가 “대선을 앞두고 비어있는 선거구를 관리 없이 내버려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갑 조직위원장 공모에는 정미경 최고위원, 전희경 원내대표 비서실장,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거구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이 참여할 것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직위원장 공모를 보는 서초갑 지역의 민심은 곱지 않다. 윤희숙 전 의원이 지역구보다는 ‘자기정치’에 집중하다 결국 자진사퇴한 만큼 이번에는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민심이 대세다. 또 서초구는 전국 최고 아파트 가격을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평당 아파트가격 평균이 강남구보다 앞서는 전국 1위이며, 아크로리버파크-아크로리버뷰-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 등 초고가 아파트들은 서초갑에 몰려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및 세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고 부동산세 민심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지역 민심을 대변할 수 있는, 힘있는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과 연관이 전혀 없는, 타 선거구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낙하산’으로 올 경우 지역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