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1급 이상 공무원은 집으로 가라 그러면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 의원의 주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이재명 성남시'의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지난 2015년, 임기 1년 7개월을 남기고 사임했다. 이후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씨가 사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소위 '특혜 개발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최근 국민의힘 측에서 공개한 황무성 전 사장 사퇴 압박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2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명목상 '3인자'였던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은 황무성 사장을 찾아가 “사장님이 빽이 있었나 뭐가 있었나. 너무 순진하다”라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 “(정진상으로 추정되는 '정 실장'과 유동규) 두 사람이랑 얘기가 다 됐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집요한 압박에 못이겨 황 사장은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 했다.
이에 유한기 본부장은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난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장이 임명하는, 성남시 산하 최대 규모 산하기관의 수장이 사직서를 '오늘'이 아니라 '다음주'에 쓴다는 이유만으로 '박살'낼 수 있는 '실권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5일, "대부분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그 양반(황무성 전 사장)이 그만둘 때 나에게 퇴임 인사하러 왔었다. 그때 ‘왜 그만두나’ 생각했다.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며 황 전 사장 사임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자신의 최측근 정진상씨 관여설에 대해서는 "지엽말단을 조작하거나 뒤흔들어서 본질과 줄기를 숨기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리자 이상으로 가면 거취가 딱 임기에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다”라며 “모든 조직의 최고위층은 항상 정무적인 책임까지도 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수원지검 부장검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이다. 사실상 사회 진출 이후 평생 '법'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런 사람이 '보장된 임기와 무관하게 사퇴 압박이 있으면, 집에 가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은 의외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임해야 할 중대 사유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또 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 등을 무시한 채 사퇴 압박을 했다면, 이는 '직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재명 후보가 대응해야 할 '문제'가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은경씨가 전임 정부 때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를 받아, 현재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바 있다. 김은경씨는 확정 판결을 받지 않았으므로, 아직 그의 '유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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