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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공’과 ‘실패’ 둘 사이에 중간은 없다

‘95%가량 성공했으니 사실상 성공에 가깝다’(?)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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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선진국과 비(非)선진국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분명함’이다. 법과 규정을 집행함에 있어 여론에 떠밀리지 않고 명확한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국가가 비로소 선진국이란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분명함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포츠다. ‘졌지만 잘 싸웠다’ 이른바 ‘졌잘싸’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잘 싸웠다’며 자기 위로의 방편으로 하는 말이다. 기록에 의한 승패만이 존재하는 냉엄한 스포츠 세계에서 중간지대란 없다. 중간지대가 있다면 세계기록을 경신하려고 노력하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그나마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몇 안 되는 게 스포츠이다 보니, 이런 현상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현실세계는 180도 다르다. 필자가 속해 있는 기자 사회를 예로 들어볼까 한다. 기자가 어떤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를 해당 기자가 처음 쓴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기사를 특종 기사로 정의하려면 많은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최초 보도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이 최초 보도한 매체명을 밝힌 뒤 인용 보도를 했는지, 그 기사가 사회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끼쳤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특종 기사인지를 결정한다. 그 요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그것은 특종 기사가 아니다. 여기에도 중간은 없다.


기자 사회뿐 아니라 모든 사회 시스템이 분명한 기준에 따라 운용된다. 상(賞)을 줄 때에도, 심사를 할 때에도, 하물며 초등학교 경연대회를 할 때에도 엄격한 잣대라는 게 존재한다. 그 기준에 미흡하면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통칭한다. 잔인할 수도 있지만, 사회 상규(常規)이기에 우리는 여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즉 실패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라는 분명한 기준이 사라지고 모호함이 세상을 지배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관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장황하게 글을 쓴 데에는 누리호 발사 기사들을 보고 느낀 나름의 소회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누리호가 위성 분리에 실패했음에도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95%가량 성공했으니 사실상 성공에 가깝다’는 취지였다. 성공과 실패라는 분명한 잣대로 봤을 때 이것은 궤변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누리호가 이룬 성과를 비하하자는 게 아니다. 누리호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는지 필자는 그간의 취재를 통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위성 발사에 얼마나 많은 선진국이 실패의 실패를 거듭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할 건 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 둘 사이에 중간은 없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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