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군이 양성한 잠수함 승조원 124명 중 67명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지난 14일 해군본부가 제출한 자료 ‘최근 5년간 연도별 잠수함 승조원 유출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잠수함 승조원 유출률은) 평균 51.6%였다”고 밝혔다.

조명희 의원은 “잠수함 승조원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기에 장기간 교육을 받은 장교와 부사관만 탑승할 수 있다”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매년 50%에 가까운 인원들이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 승조원 한 명이 생활하는 공간은 약 1.1평이다. 교도소 독방(1.6평)보다도 좁다. 함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고 4258ppm까지 올라 실내 권장 농도인 1000ppm보다 4배 이상 높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을 넘기면 두통, 현기증 등이 나타나고 장시간 노출 시 건강을 해친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연평균 약 140일을 항해하며 한 번 임무에 나가면 3~4주가량 함내에 머물며 주변과는 단절된 채 지낸다.

조명희 의원실은 “군에서는 잠수함 승조원 대상으로 한 별도의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 등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라고 했다. 

심동보 예비역 해군 준장은 “잠수함 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심 준장은 “1993년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할 때 가장 우수한 자원들을 선발해 독일로 위탁 교육을 보냈다. 그런데 근무 환경이 좋지 않고 워낙 힘드니 승조원 이탈이 많았다”며 “지금도  해군 잠수함의 승조원 인력난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심 준장은 “잠수함 생활은 마치 자동차 보닛 아래에서 엔진과 각종 기계 사이에 낀 채로 생활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미국 잠수함 내부 견학 경험을 소개했다.

“미 핵 추진 잠수함은 우리가 보유한 재래식 잠수함보다 그 규모가 워낙 컸음에도 함장의 침실을 보곤 깜짝 놀랐다. 침대가 발을 다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좁아, 말만 뻗을 수 있는 공간만을 따로 만들어 놓을 정도였다.”

심 준장은 “소설 《붉은 10월》의 작가 톰 클랜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감옥 중에 잠수함보다 더 열악한 감옥은 없다’고 했다”면서 “그만큼 잠수함 내에서의 생활이 힘들다”고 했다.

조명희 의원은 “북한 위협 속 잠수함 전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해마다 잠수함 정예 요원이 무더기로 유출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 승조원들은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이 나라를 위해 임무에 투입되고 있는데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조원 1인당 3500만원 가량의 교육비를 투자했는데 모두 나가버리면 전력 운용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