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주중국대사관, 주일본대사관을 대상으로 화상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갑)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주창해온 종전선언의 내용이나 방식이 임기 말인 현재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하성 주중대사에게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었다.

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두고 2018년 당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2021년 현재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면서 “장 대사는 이를 인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태 의원은 “문 대통령은 임기 초인 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을 당시 ‘선(先)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이라는 내용이 담긴 발언을 했고, 이에 중국 외교부도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언급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지 나흘 후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태 의원은 “북한이 종전선언 (방식)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UN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종전선언을 또 언급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의원은 지난달 밝힌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은 임기 초에 밝힌 내용보다 후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기 초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이 임기 말에는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로 바뀌었다”고 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순서가 뒤바뀌자 김정은-김여정 남매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며 ‘종전의 거부에서 조건부적 논의’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에 대해 “(미국은) 공식 지지는 아니지만 대화의 문은 열고 놓고 있다는 정도로 원론적인 선에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중국의 입장이 주목된다”면서 “지난 9월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없이 그저 ‘전쟁 상태 끝내고 휴전체제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의 중요한 부분이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라며 관련국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라고만 언급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중국이 세 차례나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과 상당히 비교된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은 (종전선언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만 언급했다”고 했다.

이에 장하성 주중대사는 “종전선언은 정치적인 상징적인 행위이고 결국은 종전 체제를 통합 시대로 전환하는 초기적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우리가 비핵화 협상 이행 과정에서의 중요한 모멘텀을 종전선언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평화체제를 바로 이루는 것은 아니기에 종전선언을 정치적 상징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태영호 의원은 “중국은 ‘남북이 먼저 알아서 합의하면 중국은 지지하겠다’는 식으로 더 뒤로 물러서 있는 동향을 보인다”며 “중국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공식 지지했다는 장하성 대사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하성 대사가 중국의 입장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장하성(69)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9년 3월 주중국대사(13대)로 임명됐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장 대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는 18개월 만에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뒤 학교로 돌아갔다. 장 대사는 넉 달 뒤 외교 분야 경험이 전무함에도 대사가 됐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