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기로 한 것과 관련, 민주노총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선거에서 노동계 영향력을 행사해 방해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민주노총은 3일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의 현실은 노동후진국으로, 아태지역 출신 여성임을 내세워도 이런 현실이 덮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지난 1일 ILO 사무국에 강 전 장관의 입후보 등록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힌 데 대한 논평이다. 

이어 민노총은 "강 전 장관의 경험과 비전은 ILO 사무총장 직책과 한참 거리가 있다"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고 했다. 

1919년 설립된 유엔 산하 노동전문 기구인 ILO는 국제기구 중 유일한 노사정 3자 기구다. 회원국은 총 187개국이며 사무총장 임기는 5년이다. 사무총장 선출은 28개국 정부대표와 노동자·사용자 대표 각 14인 등 총 56명이 참여하는 이사회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로 결정된다.  최종 선출 예정일은 내년 3월25일이며, 당선자는 내년 10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현재 후보는 강 전 장관 외에 호주 출신 그렉 바인스 현 ILO 사무차장, 질베르 웅보 전 토고 총리, 뮤리엘 페니코 전 프랑스 노동부 장관, 남아공 출신 음툰지 무아바 현 국제사용자기구(IOE) 이사 등 4명이다. 

강 전 장관은 1998년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발탁돼 외교통상부에 들어왔고, 외교부 장관보좌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한 후 문재인정부에서 외교부장관을 지냈다.

외교부는 강 전 장관 입후보와 관련, 외교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TF를 구성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외교부측은 "(강 전 장관은) 우리 정부 및 유엔에서 쌓은 다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자리 회복, 경제 위기 극복, 노사정 삼자주의를 통한 상생과 연대 정신의 확산 등 ILO의 핵심의제를 주도할 역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노총의 지적대로 강 전 장관은 노동 관련 이력이 전무하고, 평소 노동문제에 대한 소신을 보인 적도 없다.

민노총은 논평에서 "강 전 장관은 ILO의 가장 중요한 역할에 대한 견해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노동자 그룹의 14표가 주는 무게와 의미가 가볍지 않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국내 노동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한편 정의당도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노동자 대표(양경수 민노총 위원장)를 구속한 상태에서 IL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은 낯부끄러운일"이라며 "국제기구 리더를 배출하는 국가가 되려면 국내에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라"고 비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