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등 미군 수뇌부가 9월 28일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아프가니스탄 관련 청문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밀리 의장은 청문회에서 아프간 철군 과정에 대해 “전략적 실패”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완전 철수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2020년 가을부터 나는 급속한 철군이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아프간 안보군과 아프간 정부의 붕괴를 촉발해 탈레반의 완전한 집권이나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후 1년 동안 내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500~4500명의 미군을 남기자고 권고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군 참모들이 ‘2500명의 병력은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하지 않았나”란 질문을 받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던 것과 상충되는 것이다. 

밀리 의장과 함께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케네스 맥킨지 미 중부사령관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에 2500명의 미군을 남겨둘 것을 권고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으로부터 “밀러 의장과 지휘관들의 권고가 대통령에게 전달됐나”라는 질문을 받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그들의 의견을 대통령이 받았고 물론 대통령이 고려도 했다”고 답했다. 미군 수뇌부는 자칫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 받을 수 있는 얘기들을 거침없이 한 것이다.

이를 두고 9월 30일자 《조선일보》는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 美 합참의장 ‘군인의 길’”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군 장성들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해병대장 출신으로 이라크에서 용명을 떨쳤던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여러 차례 대통령과 부딪혔다. 장관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트럼프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에 대처하는데) 효과가 있다면 물고문(waterboarding)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그는 이에 반대했다. 결국 트럼프는 “매티스는 (고문을 허용하는) 내 지시를 무시할 수 있다. 내가 그에게 그럴 권한을 줬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때문에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내각 중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의 동맹 경시 발언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나토 동맹국이나 한국을 찾아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매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매티스 장관의 별명은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관철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매티스는 결국 2018년 12월 국방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트럼프가 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퇴임하면서 매티스는 “나는 여러분 각자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면서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서약한 임무에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방부는 국가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 동맹국들과 함께, 적들에 맞서, 굳건한 태세를 유지하라”라고 당부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트럼프에게 직언을 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7년 4월 트럼프는 “한국이 사드 체계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며 그 비용은 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한미 합의에 반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배치 비용 문제는 이미 양국이 다 합의한 상황 아닙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맥매스터는 “맞습니다. 사드 비용은 미국이 대는 게 원칙입니다”라고 인정했다. 이후 맥매스터는 “한국과 일본을 방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제조업 일자리 측면에서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트럼프 를 설득했다. 이런 맥매스터에 대해 트럼프는 “계집애 같은 쫄보”라고 하며 격노했다. 결국 맥매스터는 1년여만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다가 옷을 벗은 미군 장성들 중에는 한국인들이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1977년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을 때, 이에 감연히 반대했던 주한미군 참모장 존 싱글러브 소장이 그 사람이다. 싱글러브 소장은 해럴드 브라운 국방장관은 물론 카터와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그는 주한미군 참모장 자리에서 해임되고 좌천되었다가 결국 예편됐다. 후일 싱글러브 장군은 “그 바람에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별 둘로 예편된 데 대해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 별 몇 개와 수백만 명의 목숨을 바꾼 것은 보람 있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었던 존 베시 대장도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정책에 반대했다. 그는 1977년 1월 《워싱턴 포스트》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주한 미지상군의 철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카터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베시 장군은 그해 4월 한국을 방문한 6.25종군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베시 장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 등과 만나 카터의 철군 주장에 대한 한국의 대응전략을 열심히 조언했다. 

1979년 초 그는 가장 유력한 육군참모총장 후보였다. 하지만 그가 주한미군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임명된 자리는 육군참모차장직이었다. 사실상 좌천 인사였다. 이에 대해 미국 《아미타임스》는 미 상원 인력소위원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계속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던 것이 문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배인 에드워드 마이어 장군 밑에서 묵묵히 참모차장으로 일하던 그는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후인 1982년 합참의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제2차세계대전 때 사병으로 자원입대, 군(軍)의 정상에 오른 그를 두고 레이건은 '군인 중의 군인'이라고 극찬했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 한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육군참모총장 시절 대통령에게 할 말을 했던 기록을 갖고 있다. 1932년 육군참모총장으로 있던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 대처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려 하자 대통령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후일 맥아더는 “나는 일생 중에 세 번째이고 마지막인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오한에 시달리는 순간이었다. 감정적으로 지쳐 있던 나는 앞뒤를 가릴 사이도 없이, ‘다음의 전쟁에서 우리가 지게 되어 미국의 젊은이들이 총검으로 배를 찔리고, 목을 적병에 짓밟혀서 진흙 속에 쓰러진 채 마지막 저주의 말을 하게 된다면, 그 대상은 맥아더가 아니라 루즈벨트이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말을 씹어 뱉었다”고 술회했다. 

프랑스에도 대통령의 국방예산 삭감정책에 맞섰던 군인이 있다.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그 사람이다. 드빌리에 의장은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려 하자 “갑작스런 예산 삭감은 세계 도처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프랑스 군인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가 난 대통령이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억누르려 하자 드빌리에 장군은 “복종은 억압이 아닌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결국은 그 직을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