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이 20일 경준위원장 사퇴와 함께 "(향후 출범할)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당내의 여러 오해에서 만들어진 갈등과 붕괴가 말끔하게 정리되고 선거관리가 잘 돼서 훌륭한 우리 대통령 후보가 뽑혀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마친 뒤 "경선준비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선거관리위원장도 맡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 위원장이 이처럼 밝힌 이유는 국민의힘이 8월 말 대선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두고 내홍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예비후보 토론회를 강행하려 하면서 대표와 후보, 또 각 후보들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토론회는 무산됐지만 ‘이준석 녹취록’으로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라. 토론회와 녹취록에 이어질 또다른 뇌관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인선이다. 이준석 대표가 앞서 경선준비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오는 26일 출범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후보 캠프의 불만은 더 증폭됐다. 경준위는 이준석 대표와 함께 예비후보 토론회 강행에 나서고 후보들의 봉사활동을 기획하는 등 후보들을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로 각 캠프의 원성을 샀다. 특히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와는 각을 세우고 있다.  또 경준위 서병수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흔들지 말라”고 발언하는 등 후보들을 탓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대표선출 경선 당시 우려를 샀던 점은 자신보다 정치경력이 많은 대선 후보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이 후보가 일부 의원들을 뒷배로 정치 신인 및 정치 선배인 후보들을 휘두르려 하는 모양새다.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런 대표와 후보들을 상대로 공정성 논란을 정면돌파해야 한다.

공정한 경선은 내년 대선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이다. 이 대표도, 어떤 후보의 편도 들지 않고 공정한 경선을 이끌어갈 사람이 선거관리위원장이 돼야만 순조롭게 정권교체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사심 및 돌려막기 공천, 20대 총선에서는 옥새 파동 등 ‘막장공천’으로 유리한 정국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책임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21대 총선)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20대 총선)이 벗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경선을 관리할 선관위원장은 누가 돼야 할까. 원로급인 황우여 전 대표, 김황식 전 총리,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한 명 있다. 19대 총선때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았던 정홍원 전 국무총리다. 19대 총선 공천은 현 야당에서는 유례없는 성공사례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정치권과 인연이 없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부탁으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아 ‘사심 없는 공천’을 실행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00석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152석을 차지, 과반수 승리를 거뒀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월간조선> 8월호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라며 “역대 이렇게 절박한 선거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천위원장 시절 새누리당 내에 만연했던 친이-친박의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한 인물이다. '공천 내부갈등은 선거 패배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18대 총선 ‘친박 공천’에 대한 보복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당 비대위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정홍원 전 총리가 지난 7월 초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월간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그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20-21대 공천을 잘 못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1대 총선의 경우 경제실정에 코로나19는 잡히지 않고 국민들은 마스크 하루 2장 산다고 200m씩 약국 앞에 줄 서는 사태가 벌어지고, 누가 봐도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한두 달 사이에 까먹은 겁니다.아무리 당이 잘 하고 상대 당이 못 해도 공천을 잘못하면 싹 가려집니다. 공천에 논란이 생기면 국민 입장에선 ‘저것들은 뭘 하는 거냐’라는 말이 나옵니다. 원래 선거라는 건 여당이 불리합니다. 공격거리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같은 상황에서 야당이 조금만 뒤져도 억울할 판에 어떻게 여당에 180여석을 내주냐고요. 21대 총선 결과를 보면서 안타까워서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공천의 첫째 조건은 ‘사심 배제’라고 했다. “공천 실패는 사심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어려울 땐 일단 나라를 살리는 게 우선인데, 나와 가까운 사람, 나를 지지해주고 내 힘이 될 사람을 찾아서 밀어넣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 겁니다. 절대로 사심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20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이 당연히 이기는 분위기였는데 공천파동으로 탈당 사태가 일어나고 결국 민주당에 뒤졌죠.”

그는 내년 대선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월간조선> 인터뷰에서는 야권의 주요 주자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분석과 판단을 내놓았다.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세 명에 대해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분석했고, 월간조선의 유튜브 채널인 ‘월간조선TV’에서 이 내용을 담은 동영상은 조회수 12만여회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총리는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절실하다고 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선거 승리 요인에 대해  “사실 공천이 100%는 아니고 리더십, 공천, 상대방의 잘못 세 가지 요인으로 승패가 갈린다”고 했다. 그가 역할을 한다면 현재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리더십과 후보 공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경선 버스가 출발하고 나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힘을 뺄 여유가 없다. 그러려면 경륜과 판단력이 뛰어나고 사심이 없는 선거관리위원장이 필요하다. 사심이 없다는 것은 본인이 직접 정치를 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 향후 계파를 만들거나 영향력을 미칠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지금부터 새로운 선거관리위원장 후보를 찾아나선다면 정홍원 전 총리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