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 언론은 최재형 후보 증조부, 조부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 최 전 원장 증조부가 강원 평강군 유진면장을 지냈고 조부는 국방헌금 20원을 헌금하는 등 일제에 충성했다는 주장이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보도를 거론하며 “최 전 원장은 증조부와 조부의 친일 행각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그 주장만을 믿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 정치인이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 공익제보자라며 윤지오씨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의원은 2019년 3월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를 자처한 윤지오씨를 지원하기 위해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국회에서 윤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고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윤씨의 출판기념회도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윤씨는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거짓 증언 및 기부금 전용 의혹을 받고 도피 중이다. 

《월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 후보를 감사원장으로 지목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감사원장 후보로) 여러분을 인사 검증했는데 (사법연수) 원장님이 최적임자라는 판단이 서 이렇게 연락을 했습니다.“

최 후보가 거절 의사를 밝히자 이렇게 덧붙였다. 

“원장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후보로 추천하겠습니다. 많은 분을 검증했는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은 원장님이 유일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때 친일의 친자도 안 나왔던 사람이 국민의힘의 대권 후보가 되자 갑자기 친일파의 후예가 된 것이다. 최 후보 증조부, 조부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려면, 먼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왜 친일파 후예를 감사원장직에 임명했느냐고 따지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 후보 측은 친일 논란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지식인들은 각자 위치에서 고뇌하며 살아왔고 특정 직위를 가졌다고 친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그런 식이라면 흥남에서 농업계장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끌어들인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면서 “참고로 대통령 부친은 1920년생으로 해방 당시 만 24세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해명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의 부친이 24세였기 때문에 친일이 아니라는 것인가. 아니면 문 대통령이 태어나기 훨씬 전이라 부친의 친일 행각을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해명을 정확히 했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됐을 것인데, 이런 식의 답을 하니, 청와대의 반발에도 계속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란 분석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