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정부의 최장수 국무총리였던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 윤 전 총장은 5~8일 휴가를 갖는다고 했지만, 휴가 첫날인 5일 정 전 총리의 사무실을 찾아 사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5일 윤석열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의 정 전 총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국가 원로인 정 전 총리를 만나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고언을 들었다고 캠프측은 전했다.

정 전 총리는 "헌법이 파괴되고 이념이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나라를 윤 후보가 정상화 시키고 국민들이 고통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총리는 30여년간 검사로 재직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후 2012년 2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19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직을 맡아 과반수 승리를 이끌어냈다.

윤 전 총장이 정 전 총리를 찾은 데 대해 <월간조선> 8월호 정홍원 전 총리 인터뷰 기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월간조선> 8월호는 '정통보수원로 2人 20대 大選을 이야기하다 | 정홍원 前 국무총리-김용갑 前 총무처장관' 제하 기사에서 정 전 총리가 대선을 앞두고 털어놓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정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번 20대 대선은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며, 역대 이렇게 절박한 선거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나라가 한두 군데가 문제면 걱정도 되지 않는다"며 "하나하나 다 망가지고 성한 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나라는 윤리도 상식도 법도 없는, 경우 없는 나라가 됐다"며 "정권교체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가져야 할 조건과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3인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들이 유력한 야당 후보로 거론되는 건 두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첫째, 이들이 야당 후보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둘째, 그 문제점을 직접 피부로 느낀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권을 잡으면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죠. 세 명 모두 특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발휘한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세 사람에 대해서는 각각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총장을 하면서 정권의 비리도 많이 보고 탄압도 받았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이 있으리라 봅니다. 또 언행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과거 행적에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그 부분을 어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인성도 인정받고 미담도, 스토리도 많은 사람입니다. 대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보이고 법조인으로서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정치력이 검증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검증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경륜이 풍부하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치 능력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요.”

그는 '신인'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 모두 검증을 마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검증 과정을 거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기초 소양과 리더십을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지하려 합니다. 완벽한 사람이야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제일 절박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줄 사람이면 됩니다.”

정 전 총리는 <월간조선> 인터뷰 당시 정치권을 휩쓸었던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서는 '정치적 총질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라는 게 추잡한 면이 있지요. 그렇게 뒤에서 연기를 피우거나 살짝살짝 총질을 해서 상처를 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음모라는 게 입을 거치면서 계속 커지는 건데 의혹이 있으면 당당하게 내놓고 공론화하든지 해야죠. 그리고 개인 비리 얘기도 나오지만요, 만약 자신의 개인 비리가 심각하다면 후보로 나서겠습니까?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실격 사유가 될 것 같으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런 면에 의미를 두고 있거든요.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정리를 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