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의 주요 내용인 자신의 과거 의혹을 직접 언급하며 부인했다.

김씨가 과거 ‘ 쥴리’라는 닉네임의 접대부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된 데 대해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며 “이건 그냥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도 일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치명적 실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포문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다. 

"본인 입으로 물꼬를 터버렸으니까 이제 그 진위 여부에 대해서 지금 국민들이 집요하게 검증을 하려고 들 것 아니냐. SNS나 옐로 페이퍼나 이런 데서나 거론될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해 버렸으니까 상당히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응대하지 말았어야 됐다”고 했다. 발언자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르고 진위 여부도 확인할 수 없을 때는 넘어가야 되는 것이지 응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씨가)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전 국민이 알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고,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면 더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김씨의 인터뷰가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했다. 

김씨의 인터뷰를 하책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중진 또는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다는 것이다. 

30대 이준석 대표가 제1야당 당수가 된 데에는 그가 소위  지금의 '즉문즉답' 시대에 잘 적응한 것도 크다.  이 대표는 어떤 사안에 대해 즉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낸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인터넷,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정보의 홍수 시대라 침묵하거나 정치적 결단이 느리면 잘못된 가짜 뉴스가 진짜로 둔갑하기 십상이다. 여론도 당사자의 신속한 설명을 원한다. 야권의 한 유력 대권주자였던 정치인은 느린 해명과 결정으로 그 높던 지지율을 거의 다 깎아 먹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대응 방법도 과거에 갇혀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최장수 출입 기자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은 TV조선 방송에 출연, "정치적으로만 보면 침묵하는 게 맞을 수 있지만 이 문제는 다르다"며 "아무런 이야기 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했을 것이다. 미리 해명하지 않으면 야권에서 우려하듯 대선을 코 앞에두고 '쥴리를 봤다'는 소위 제2의 김대업이 나왔을 때 방어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김씨가 '쥴리'를 직접 입에 담은 것이 잘못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기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물어보니 억울해서 한 말이다"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씨가 인터뷰에서 의혹을 부인한 것은 윤 전 총장 지지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