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소폭탄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 : 월간조선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이는 크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 일본인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의아해했다. 북한의 위협에 한국은 어떻게 그리 평온할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 였다.

대포동 1호 미사일을 포함, 현재까지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 상공을 통과한 건 총 5번이다. 가장 최근은 8월 29일. 이날 북한 쏜 탄도미사일은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통과해 에리모미사키(襟裳岬) 동쪽 1,180km 태평양에 떨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인들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급히 몸을 숨기는 등 공포에 얼어붙었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5분여 뒤인 오전 6시 2분쯤 ‘전국순간경보시스템’(J-Alert)을 발신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사일 낙하 11분 만에 관저에서 대국민 발표를 했다. 일부 지역에선 옥외 스피커로 사이렌이 울리면서 잠에서 덜 깬 주민들이 ‘지진인지 전쟁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사일 파편이 육지에 떨어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신간센(新幹線) 열차가 멈춰 서고 학교들은 급히 휴교하는 등 이날 온종일 일본 사회는 충격과 불안에 들끓었다.

일본인들이 핵, 미사일에 민감한 것은 일종의 ‘핵, 미사일 알레르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위력을 경험했다. 폭심지(爆心地) 인근 수많은 생명체는 그냥 녹아서 사라졌다. 연기로 증발했다. 먼 곳의 수많은 사람도 방사선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폭심지는 폭탄이 터지는 곳이다. 하늘에서 터지면 바로 아래 지표면을 이렇게 부른다.

일본인들은 핵폭탄이 터지면 피해가 얼마나 될지 본능적으로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북한이 핵을 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차 있다. 북한이 핵을 쏘려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쏠지 모른다는 공포를 조성해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하려 한다는 확신 말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첫 번째는 김정은은 누구보다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란 것이다.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Chris Coons) 상원의원(델라웨어)은 9월 4일 낸 성명에서 “김정은은 피해망상(paranoid)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공격적”이라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핵 발사 스위치를 누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핵폭탄의 위력이 북인도나 파키스탄보다 파괴력이 10배 이상 크고, 히로시마 원폭의 5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실험한 규모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터졌다면 40만~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반경 수㎞ 이내가 초토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단 한 발로 서울을 초토화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 ‘메아리’는 “웬만한 수소폭탄 한 개면 세계의 어떤 대도시라도 순간에 파괴해버릴 수 있다는 것은 초보적인 상식에 속한다”며 “‘ 서울이 지도 상에서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