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을 형성한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야기다. 

"김 위원장의 능력 때문에 모셔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정치적 스킬을 배운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밝힌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언행'에 대해 냉철한 '킹메이커'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총장 사퇴를 전후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 

정치권에서는 그 이유로 한 통의 전화를 든다.

 4·7 재보선 사흘 뒤인 4월 10일 어떤 사람이 찾아와 김 전 위원장에게 몇 분 후 전화가 올 테니 좀 받아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윤 전 총장. 두 사람은 "한번 시간이 되면 만나보자"고 했다. 

며칠 뒤 윤 전 총장이 제3자를 통해 만남을 피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먼저 통화를 한 쪽이 윤 전 총장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자신과의 만남은 피하고,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들을 접촉한 것도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의 어른이자 '정치9단'이다. 정치초보의 실수를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필 이 사건 후 윤 전 총장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삐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일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4일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했다고 '시사포커스'가 보도했다. 

안 전 시장은 "김 전 위원장이) 동서고금을 통틀어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신 것 같다”며 “검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으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되고, 공약대로 김 전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다면 '냉철함'을 잃은 듯한 그가 과연 대선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이준석 당 대표=차기 대선 승리'라는 공식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영입한다고 한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기분대로 대선 후보를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니,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당 대표=차기 대선 승리'란 공식에 균열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는 말이 나온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