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한국당, 도로영남당에 이어 ‘도로꼰대당’ 얘기 나오는건 막아야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의힘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얘기다. 그는 당 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을 특별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후보가 낙선하면 도로꼰대당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게 제일 걱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다른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준석이) 낙선하는 순간 도로꼰대당이니 보수정당의 한계니 청년의 좌절이니 비판 기사가 쏟아질텐데, 그동안 모아왔던 관심과 지지는 완전히 까먹는거죠. 또 여당은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반대로 당선되면 당은 그렇게 노력해왔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것이고, 여당은 이를 만회할 기회가 없을 겁니다.” 이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이례적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언론이 앞다퉈 이준석 바람에 대해 집중보도하고 있어 당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고 했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바람’이 심상치 않다. 37세, 0선(選) 후보인 그를 지지할 것 같지 않았던 중진 의원들과 영남 의원들, 60~70대 당원들도 바람을 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단 하나, ‘정권교체’이며 이준석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역주의가 만연했던 1970~1980년대에는 영남에선 보수정당 후보, 호남에선 진보정당 후보가 99% 당선된다는 의미에서 “말뚝만 박아도(아무나 출마시켜도) 이긴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정권교체만 할 수 있다면 고양이라도 뽑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인데, 이른바 ‘흑묘백묘론’이다. 물론 특정 인물이 정권교체를 이뤄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이런 바람이 거세지다 보니 과유불급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후보들이 어떤 비전을 내놓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워낙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보니 그의 정치철학이나 비전에 대해서는 다들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단지 ‘꼰대당’이 두려워 투표하는 현상,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보다 이미지에 표심이 쏠리는 현상은 경계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언변은 인정하면서도 말실수로 역풍을 불러올 위험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선거 레이스가 일주일 이상 남은 만큼 개인적인 약점이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후보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후보가 20대부터 정치를 시작했고 더 큰 야심이 있는 만큼 그동안 신변 정리도 잘 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차기 대선에서 그는 40세가 넘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