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이준석 후보가 1위로 본경선에 진출했다. 여론조사로만 보이던 이준석의 돌풍이 당심 50%가 반영되는 경선에서도 실제로 위력이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예선전은 ‘당원 50%, 일반 국민 50%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전 초반 정치권의 관심은 이 후보의 돌풍이다. 

그런데도 당내에는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잖다. 본 경선에서는 당심 반영 비율이 70%(7:3)로 늘어나는 탓이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의 분석이다. 

"이번 예선전의 당원 조사의 경우 전국 당원 중 2000명을 비율대로 추출해 조사했다. 통계적 착시를 가져올 수 있다. 본선에서 이 비율대로 투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적극 투표층을 보유한 지역, 즉 영남권 당원들의 의사는 과소 표집된 만큼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관위의 ‘선거인단 예측안’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은 총 32만8889명(대의원 8372명, 책임당원 27만6698명, 일반당원 4만3819명)이다. 이중 영남권 선거인단이 51.3%(16만8628명)로 과반이다. 대구·경북이 9만2118명이고 부산·울산·경남이 7만6510명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당직자는 “당 핵심 지지층이랄 수 있는 이들 영남 당원의 투표 성향은 일반 여론조사 응답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다만 우리 정치에는 흥미로운 선거 결과가 많았다. 대통령 후보나 당 대표를 뽑는 큰 선거에서는 당심에서 뒤지더라도 높은 민심을 바탕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대표적. 당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경선 후보에게 1.5%포인트(2452표) 차이로 승리한 한나라당 경선 개표 결과는 그동안 이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를 점쳤던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 

이 후보는 2006년 10월 이후 박 후보에게 10~20%포인트 지지율 차이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경선은 여론조사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절차에 불과했다는 지적까지 있었지만, 결과는 승부를 점칠 수 없었던 초박빙이었다.

당시 경선 룰은 대의원(20%)·당원(30%)·국민 선거인단(30%)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20%)이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에서는 당심(黨心)은 박지원 후보를 선택하였지만, 민심(民心)은 문재인 후보를 2대1로 지지하여 당 대표로 선출시켰다. 

더욱 놀랍게도 당심은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에서 정청래 후보를 꼴찌로 배척하였지만, 민심의 힘으로 정 의원은 최고위원에 2위로 진출했다. 

당시 문 후보는 득표율 45.30%로 박지원 후보(41.78%)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권리당원(문재인 39.98%, 박지원 45.76%)에서는 박 후보의 우위가 뚜렷했고, 일반당원에게서도 박 후보가 1.12%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당심은 박 후보 편이라는 전망이 적중한 것이다.

반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문재인 58.05%, 박지원 29.45%)에서는 문 후보가 압승했다. 

당시 선출방식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일반 국민 15% △일반당원 10%였다. 

두 경선 결과의 공통점을 꼽자면 민심의 힘으로 승리하려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2019년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는 황교안 후보가 승리했는데, 2위를 기록한 오세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과반인 50.2%(2만690표) 지지를 얻었음에도 패배했다. 황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55.3%의 지지를 얻어, 22.9%를 획득한 오 후보를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합산 득표수에서 황 후보는 50.0%, 오 후보는 31.1%였다. 당시 규정은 현재와 같은 7(당심):3(민심)이다. 

종합해 보면,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이어 가려면 최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50%를 넘어야 한다. 현재로서 넘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에 이 후보를 향한 당심이 예선과 비슷하다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일 것이다. 그러나 당심이 ‘반(反)이준석’으로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한 후보에 몰린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 후보가 2019년 오 후보가 얻은 당심 표와 비슷(22.9%)하게 획득할 경우 더욱 그렇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