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이 자신과 관련해서 제기된 '대권 도전설'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한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발언 의도는 "대권 도전을 하지 않겠다" "그럴 생각이 없다"고 부인한 게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별의 순간' 운운하며,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원 의사가 있다고 밝히다가 돌연 '김동연'을 지목했다. 그는 "김동연이 움직이고 있다" “김동연은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란 식의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얘기했다. 

김동연이 '소년가장'으로 고학하다가 경제관료가 된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 현재 자천타천으로 대선주자로 언급된 많은 이들이 소위 '흙수저' 출신이므로 이를 '김동연 고유의 강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가 경제부총리를 그만 둔 뒤 모종의 의도를 갖고 '유쾌한 반란'이란 단체를 만들어 지금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거에 했던 '청춘콘서트'식으로 외곽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이처럼 김종인 이사장은 특별한 정보 하나 내놓지 않고, 김동연 이사장에 대해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설계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달 말쯤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서전을 출간한다"며 "그 뒤 대선과 관련해 의사 표현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주장을 또 언론에 흘렸다. 

이에 대해 김동연 이사장은 자서전 출간에 대해 "공직에서 나와 2년 반 동안 성찰하고 그동안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았던 많은 것에 대해 제가 어떻게 이걸 좀 돌려줄 수 있는 방안으로서 대안을 생각한 것에 천착했기 때문에 그걸 책도 쓰고 사단법인을 만들어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자서전 출간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는 계획을 앞질러서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전혀 상관없는 책이라고 보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자서전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회를 위해 작은 기여를 할까 하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동연 이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했을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우리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천착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것'에 대해 보답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했을까.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양극화는 개선됐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왜 이제 와서 국정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며 마치 자신에게 '해답'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다닐까. 왜 현재 언급되는 대선주자들보다 자신이 국정 운영에 상대적으로 더 전문성이 있다는 식의 글을 올릴까. 그런 행보를 보일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김동연 이사장은 과거 경제부총리 퇴임 이후 야당(자유한국당)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나는 문재인 정부의 부총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의 말처럼 그는 분명히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에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경제 관료'에 지나지 않는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