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21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던 '족쇄'가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개발할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소위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78년 박정희 정부의 백곰 미사일 개발에서 비롯됐다. 백곰 미사일은 세계 7번째 지대지 탄도 미사일이다. 미국 정부는 이를 반대했다. 1979년 9월,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이 탄도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권고 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서면으로 동의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우리의 미사일 개발은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으로 제한됐다. 

이른바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사거리 300 km·탄두중량 500 kg'으로 개정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는 사거리 800 km일 경우에는 탄두중량 500 kg, 사거리 500 km의 경우에는 탄두중량 1톤, 사거리가 300 km이라고 한다면 탄두중량을 2톤까지 늘릴 수 있게 변화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고체 연료 로켓 개발에 대한 제한만 남게 됐다. 

2020년에는 우주발사체의 경우에는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가, 이번에는 한미 정상이 소위 '한미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 제한을 해제해 대중(對中) 봉쇄 압박에 힘을 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비록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됐다고 해도 중국에 '굴종'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미사일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