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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문화

가을...한국의 대표문인을 축제로 만나보자

소설 '소나기' 속 소년과 소녀가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던 시골 마을은 어디였을까? 시인 윤동주는 어떤 별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떠올렸을까?
 
한국의 대표 문인들은 생전(生前)에는 작품을 남기고 사후(死後)에는 축제를 남겼다. 매년 봄과 가을이면 문인들의 고향이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그들의 이름을 딴 '문학제'가 열린다. 올해 가을에도 9월 2일 봉평 '효석 문화제'를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전국 곳곳에서 문학 축제가 예정돼 있다. 좋아하는 문인과 나 사이 그 수십 년의 간극도, 그가 나고 자랐을 생가와 마을 앞에 서면 마치 아는 사람 일인 듯 생생해진다.
 
'윤동주 하숙집 터'가 남아있는 서촌길(사진 왼쪽). 이 길을 따라 인왕산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윤동주 하숙집 터'라는 안내판이 붙은 가옥이 나온다. 정확한 주소는 종로구 누상동 9번지. '윤동주 문학관' 외벽에는 윤동주의 장례식에서 낭송된 시 <새로운 길>이 적혀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인 1941년,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 현재 서촌 골목길 끝에 '윤동주 하숙집 터'가 남아있다. '윤동주 하숙집' 위쪽으로는 수성동 계곡과 인왕산이 있다. 윤동주는 누상동에 살면서 인왕산 자락을 따라 걷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별 헤는 밤>, <서시>, <자화상>과 같은 그의 대표 시들이 이 시기 쓰여졌다.
 
종로구는 윤동주가 청년 시절을 보냈던 이 동네에 2012년, '윤동주 문학관'을 지었다. 문학관은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뚫어 '우물' 형태로 만든 전시관도 있다. 내부에는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있는 윤동주 생가의 우물에서 나온 목재도 전시했다.
 
2017년인 올해는 윤동주 탄생(1917년)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윤동주를 기리는 전시회와 공연이 많이 열렸다.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온 전남 광양시는 그의 원고를 숨겨두었던 윤동주의 친구 정병욱 선생의 생가 복원에 나섰다. 윤동주의 6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는 오는 9월 2일 그가 학창시절을 거닐었던 신촌 연세로에서 음악회를 연다. 종로구 윤동주문학관이 매년 개최하는 윤동주 문학제는 9월 8일(금)~10일(일) 예정돼 있다. 문학관 내부와 뒤편 '시인의 언덕'에서 열리는 이 문학제는 문인들의 강연회, 문학산책, 창작음악회, 청소년 시화공모전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윤동주 문학제에서는 영화 '동주'가 상영되기도 했다.
 
 
미당 생가와 문학관 인근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미당로에는 미당 서정주의 생가가 있다. 대표적인 그의 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처럼, 미당의 생가 주변으로는 국화꽃이 심어져 있다. 생가와 멀지 않은 곳엔 미당의 묘소가 있는데, 여기에도 3만여 평에 달하는 노란 국화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미당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11년, 이 마을에는 '미당시문학관'이 들어섰다. 폐교된 초등학교와 분교를 개조한 이 기념관에는 미당의 육필 원고와 애장품 등 유품 5천여 점이 보관돼 있다.
 
미당시문학관에서 개최하는 '미당문학제'는 국화꽃이 한창 절정을 이루는 10월 하순에 매년 열린다. 올해 행사는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미당 시 낭송, 문학 특강, 민속놀이, 국화꽃 길 걷기 등의 행사가 치러진다. 참고로, 미당시문학관이 위치한 곳은 '질마재'라는 이름의 고개다. 미당은 1975년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와 설화를 소재로 한 시집 '질마재신화'를 냈다. 또한 인근에 1500년 역사가 있는 사찰 선운사가 있다. 미당이 1968년 지은 시 '선운사 동구'에 나오는 그 절이다. 미당의 작품 속에 나오는 지명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그의 고향을 거닐다 보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봉평 메밀밭. 사진=조선DB

흐드러지게 핀 하얀 메밀꽃과 그 위로 쏟아지는 가을 달빛. 매년 9월,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답게 묘사되었다는 이 풍경을 보기 위해 50~60만 명의 관광객이 봉평을 찾는다. 봉평은 소설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이를 모티브로 1999년부터 '효석 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도 9월 2일(토)~10일(일) 행사가 개최된다. 만개한 메밀꽃이 트레이드 마크인 효석 문화제는 전국의 어느 문학축제보다도 유명하다. 축제의 주 무대인 이효석문학관을 비롯해 이효석 생가, 이효석 문학의 숲, 봉평 정통 시장 등 마을 전체가 축제의 마당이 된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장소인 '물레방앗간'과 '충주집'을 재현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올해 문화제의 주제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메밀꽃'이다. 지난해는 행사 기간 중 국제메밀학회의 세계메밀심포지엄 행사가 열려, 메밀 재배의 신기술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행사 프로그램은 매년 풍성해진다. 올해도 추억의 DJ 뮤직박스, 풍등 날리기, 소설 속 인물체험, 뗏목체험, 보물찾기 등이 준비돼 있다. 이 중에서도 백미는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건너는 프로그램이다.
 
 
하동 평사리 평야에 있는 '부부송(松)'. 사진=조선DB

소설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최참판 일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경상남도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는 실제 이 소설의 배경인 '최참판댁'이 있다. 관광과 TV 드라마 '토지'(2004년 방영) 촬영을 위해 2002년 조성되었다. 박경리는 본래 토지의 배경을 전라도의 한 평야지대로 하고 싶었으나, 본인이 경상도 출신이라 전라도의 지역적 특색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곤란해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하동 평사리를 찾게 됐고 이곳을 소설 배경으로 결정했다. 총 14동의 한옥으로 구성된 최참판댁은 전통 가옥 그대로도 볼거리지만,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가을철 누렇게 펼쳐진 평사리 평야의 풍경이 일품이다. 매년 10월 둘째 주 최참판댁 일대에서 '토지 문학제'가 열리는데, 올해로 16년째다. 사전에 문학작품을 공모하고 문학제 당일 시상식이 펼쳐진다. 그밖에도 공연, 음악회, 백일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다.
토지 문학제와 별도로, 박경리 선생이 생전에 살았던 강원도 원주에서는 매년 10월 '원주 박경리 문학제'가 열린다. 원주는 박경리가 26년간 집필한 <토지>를 완간한 지역이기도 하다. 토지문화재단은 올해로 8년째 강원도와 원주시의 지원을 받아 '박경리 문학제'를 주최하고 있다. 초·중·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백일장이 유명하다. 문학제를 보러 원주를 찾는다면, 단구동에 있는 '박경리 문학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이곳에는 작가가 손수 가꾸던 텃밭과 옛집, 정원, 집필실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소나기마을 전경과 조형물. 사진=양평군 공식 블로그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일대에는 '소나기마을'이라 이름 붙은 곳이 있다. 소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이 23년 6개월간 교수로 재직했던 경희대학교와 경기도 양평군이 함께 조성한 테마파크다. 본래 작가를 기리는 마을이나 문학관은 그의 고향에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황순원의 경우 고향이 평안남도여서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소나기> 속에 나오는 한 구절('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을 참고하여 양평에 만들어졌다.
소나기마을에는 매일 12시 30분경에 '물대포'를 쏘는 분수대가 있다. 소설 속 소년과 소녀가 만났던 소나기를 재현한 것이다. 관광객들은 주변에 있는 원두막이나 수숫단 안으로 들어가 물을 피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시냇물과 징검다리, 도라지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반갑다. 올해는 9월 8일(금)~10일(일) 이곳에서 '황순원 문학제'가 열린다. 황순원의 17주기 추모식과 함께 백일장과 그림 그리기 대회, 소나기마을 소년 소녀 선발대회 등이 준비돼 있다.
 
 
 
소사마을 길(왼쪽). 사진=창원시 공식 블로그. 김달진 문학관. 사진=한국관광공사

봄이면 벚꽃축제로 유명한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는 가을엔 한 문인의 문학제로 떠들썩하다. 창원에서 출생해 대구·진해 등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시인 김달진이 그 인물이다. 김달진은 젊은 시절 한 승려를 스승으로 모시며 불교를 접했고, 한때 수도 생활까지 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 영향으로 그의 작품에는 불교적 색채가 많이 묻어있다.
창원시는 1996년부터 김달진문학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달진 문학제'를 열고 있다. 문학제나 문학관이 많이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 올해 22회째를 맞는 역사 있는 대표 축제다. 올해는 9월 9일(토)~10일(일) 이틀간 개최된다. 문학제와 더불어 김달진 문학관이 위치한 '진해 소사마을'을 둘러보는 게 관광코스다. 소사마을에는 1930년대를 재현해 놓은 길과 60년대 가전제품이 가득한 박물관이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옛 정취가 이곳에 있다.
 
 
이청준이 소설 《축제》를 쓰고 임권택이 영화 <축제>를 찍은 장흥 탐진강. 사진=조선DB

노모(老母)가 아들을 보내고 홀로 돌아오며 눈물을 뿌린 그 '눈길'은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진목마을에 있다. 소설가 이청준은 자신이 나고 자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기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썼다. 장흥군은 2005년 이청준 생가와 더불어 '눈길' 산책로를 복원했다. 인근에는 2008년 작고한 고인의 무덤인 '이청준 문학자리'가 있다. 매년 10월 초, 이 진목마을에서는 이청준과 그의 문학을 기리는 '이청준 문학제'가 열린다.
본인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소설 <눈길>에서 드러나듯, 이청준은 매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되어 고향을 떠난 뒤로는 고향에 자주 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남았던지, 그의 작품 150여 편 중 고향 장흥을 배경으로 한 게 30여 편 가량 된다.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등이 널리 알려진 전라도 배경의 작품들이다. 여담으로 장흥은 유명한 문학인을 많이 배출했다. 이청준 외에 한승원, 안병욱, 박범신, 송기숙, 이승우 등이 이곳에서 출생했다. 한승원은 최근 맨부커상을 받았던 소설가 한강의 부친인데, 이청준 생가 인근에 한승원의 '소설길'도 조성돼 있다.

구성 및 편집=조선일보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09.01

조회 : 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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