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모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성 정치인의 금품수수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혜훈 대표는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이 문제에 민감한 것은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른바 ‘신사동 의상실’을 운영하며 의상과 액세서리, 즉 코디네이션을 도맡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가 디자이너와 의상실 직원들에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5만원권 뭉치를 건네주는 장면이 TV조선이 공개한 CCTV에 비춰지면서 ‘여성 정치인의 고급의상’이 구설수를 샀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UCLA 경제학과 박사, KDI 연구원 출신으로 정치인인 시아버지(故 김태호 전 의원)와 명문대 교수인 남편을 두고 있으며 부촌인 서울 서초갑 지역구를 차지하는 등 이른바 ‘금수저’ 로 정치권에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대표가 사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로, 전세 가격이 21억원에 달한다. 그런 이 대표와 금품수수는 연관성이 적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왜 여성 정치인은 명품과 금품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일까?
국회의원, 장관 등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의 ‘고급 옷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은 1999년 5월 ‘옷 로비 사건’이다.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 등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로비를 한 사건을 말한다. 앙드레김을 비롯해 '라스포사'라는 고가 의상브랜드도 이때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대한민국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2006년 박성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인 전직 아나운서 신은경씨가 중구청장 후보 공천을 대가로 모씨에게서 명품 코트와 숄, 스카프, 넥타이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씨는 R사의 650만원짜리 코트, 230만원짜리 C사의 가방 등을 받았다가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명품 수수 문제는 여성 정치인이나 의원 부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2016년 1월에는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분양대행업체 대표 김모씨로부터 3000만 원이 넘는 명품 시계 2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지난 2014년 CJ그룹에서 3천만원이 넘는 시계 등 3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6월형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았느냐의 여부가 이슈가 됐던 '피아제 시계'도 시계 하나 가격이 최저 수천만원~1억 원에 달하는 명품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품 등 금품수수 루머는 없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억원 피부과' 로 곤욕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나 의원이 청담동 모 의원에서 연간 1억 원짜리 피부과 회원권을 끊었다는 루머가 알려지며 지지율이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검찰 조사 결과 회원권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여성 정치인이 얼마나 루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지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