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과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쟁했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거운동 개시 전인 24일,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찾았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온 그는  “저 안철수는 오 후보를 도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고, 서울시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루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대표는 또 4.7 보궐선거 선거운동 개시일은 25일은 물론 26일에도 오세훈 후보와 동행하며 서울시내 곳곳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7일에도 마포구 일대를 함께 다니며 '오세훈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야권 단일화에서 오 후보에게 패배한 안 대표는 예상과 달리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패한 이후 선거 국면에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마치 본인이 후보인 것처럼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26일 강동구 유세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정권 교체를 위해 오세훈 후보를 찍어달라고 머리숙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오세훈 후보는 “이렇게 마음을 크게 쓰기 쉽지 않은데 성공적인 야권 통합으로 내년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 같은 안철수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은 야권 지지층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소위 '중도'를 표방하는 안 대표가 '반(反)문재인' 기치에 동참하고, 과거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 그렇다. 

또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자 대결' 운운하며 안 대표를 향해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단일화 실패'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정권 교체'를 하겠다며 끝까지 단일화에 응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를 '단일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주장을 계속 하는데도 국민의힘과 협상을 이어가고, 최종적으로 단일화에 나선 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 '안철수'의 다른 면모를 보인 계기가 됐다. 

오세훈 후보가 최종 선출되자 이를 수락하고,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태도로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도 그렇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단일화가 성공하는 데 '1등 공신'은 바로 안철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마치 자신이 진두지휘해 끝내 단일화를 이루고 자당의 오세훈 후보를 선출한 것마냥 자화자찬하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김 위원장이 단일화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꼽기 어렵다. 

이는 오세훈 후보 유세 현장을 떠올려 보면 간단히 입증된다. 예를 들어 오세훈 후보 유세 현장에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불참하는 것과 안철수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 '그림' 자체가 다르다.

김종인 위원장이 없다고 해서 오세훈 후보의 유세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이 오 후보와 함께 한다고 해서 환호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이와 달리 안철수 대표가 '오세훈 지원'을 할 때는 현장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마 그의 한 마디가 김 위원장의 백 마디보다 야권 지지층에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이미 그가 없는 오 후보의 선거운동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지지층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야권 지지층은 '단일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일소하고, '정권교체'의 전초전 격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데 앞장 서는 안 대표에 대해 이전과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다 .

물론 안철수 대표의 행보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그는 보궐선거 과정의 소위 '헌신'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노릴 수도 있다. 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기여'를 한 사람은 그걸 내세울 '자격'이 있다. 

그와 달리 '기여'하지 않은 사람은 빨리 정치 일선에서 퇴진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11개월 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는가? 당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LH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에는 조금 더 올랐지만, 이는 김 위원장이 올린 지지율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가정이지만 만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LH 투기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은 무슨 수로 당 지지율을 올렸을까. 또 누구를 내세워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지난 기간을 되돌아봤을 때 그에게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는지 짐작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을 내놓은 일이 있는가. 국민의힘을 정책정당으로 변모시켰나. 그렇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그럼 차기 대선 주자의 요건으로 '40대 경제 전문가' 운운했던 김 위원장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 일이 있는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그럼 대체 김 위원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있으면서 뭘 한 것일까.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차기 주자'로 언급되자 "그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던 사람이 지금은 '별의 순간' 운운하며 "잘 준비하면 별이 될 수 있어"라는 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론'을 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뭘 했는지 내세우기 어렵다면, 지금 하는 식으로 '평론'을 할 계획이라면, 김종인 위원장은 애초 얘기했던 것처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집에 가야 하지 않을까. 

상기 내용은 유튜브 채널 '박희석의 자유로'(https://youtu.be/dcre5KQf3tI)에서 영상 콘텐츠로 접할 수 있습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