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선거운동을 하면서 구멍난 운동화를 신어 이목을 끌었다. 박 후보가 2018년 서울시장 경선 때 신고 다녔다는 파란색 운동화는 이음새 부분이 뜯어졌다. 신발이 낡으면 구멍나거 찢기거나, 닳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박영선 후보의 '구멍난 운동화'의 경우에는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시절 의원총회에 '찢어진 구두'를 신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 구두의 '찢어진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누군가 마치 '일(一)자'로 찢은 듯 부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찢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박영선 의원은 '10년 정도 신었고 자주 수선했다. 아침에는 괜찮았는데, 의총에 들어갈 무렵 찢어졌다'는 식으로 '연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4년 당시 '찢어진 구두'를 신고 공개석상에 나온 사람과 2021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선거운동을 하면서 '구멍난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공교롭게도 '동일인물'이란 사실 때문에 그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57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박영선 후보의 재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편, 정치인은 실제 생활과 무관하게 자신의 '소탈함' '검소함' '청빈함'을 주장하고 싶을 때 소위 '친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시장에 가서 음식을 먹고, 장을 보고,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점퍼'를 입고, '시장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태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 이제 우리 국민은 늘상 하는 '쇼'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런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이가 있었다. 바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박 전 시장의 실제 의도, 진심과 무관하게 그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박원순은 쇼만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프레 정치'의 '대가(大家)'"라고 비판한다. 

박원순 전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코스프레 비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렵 뒷굽이 망가진 구두에서 비롯됐다. 당시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홍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가 “가끔 렌즈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킬 때도 있다”며 뒷굽이 뜯긴 박원순의 구두를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는 곧바로 화제가 됐다. 

박원순 전 시장의 구두는 오랜 시간 신다가 닳아진 게 아니라 일부러 펜치 같은 걸로 잡아뜯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구두를 버리지 않고, 심지어 사진 촬영을 할 때까지 신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박 전 시장이 서초구 방배동 소재 신동아 럭스빌 아파트(50평)에 월세 250만원씩 주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위선'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21년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1인 기준)이 29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250만원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월세로 지출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액'이다.  

'서민 코스프레' '가난 코스프레'라고 비판받은 박원순 전 시장은 더 있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작고, 조용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부터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박 시장은 “유세차와 사람들을 억지로 동원하는 선거는 시름에 잠긴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한다”며 “유세차 없는 선거를 제안한다. 요란하게 세(勢) 과시하지 않는 선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조용하고 반성하는 선거를 제안한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제안한다”며 “유세차와 세 과시만 없어도 선거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선거대책본부(캠프)는 사무실을 종로5가역 광장시장 옆에 있는 철거예정 건물로 정했다. 사무실 안에 비치한 책상은 문짝을, 평상은 폐목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또 박원순 캠프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5월 21일에는 ‘조용한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유세차·마이크·어깨띠 ▲세 동원 ▲네거티브 등 세 가지가 없는 ‘3무(無)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원순 후보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보다 선거비용으로 3억7000만원을 더 썼다. '세 과시' 안 하겠다고 하고서는 정 후보보다 선거운동원 인건비를 1300만원 더 썼다. 인건비만 보면 박원순 캠프가 사람도 더 많이 동원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 동원’ 문화를 비판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문화’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2조원대 자산'을 가진 정몽준 후보는 벽보를 만들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하는 데 6억7100만원을 지출했다. '순자산이 '마이너스'였던 박원순 후보는 정 후보 지출액의 2.3배에 달하는 15억2300만원을 썼다.

"작고, 조용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하자! 나부터 시작하겠다!"고 외쳤던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갔던 것일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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