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이 ‘홍장표 교수(부경대 경제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차기 원장 낙점설’에 대해 “이번 인사가 정말로 진행된다면 이는 사실상 KDI의 해체, 사망 선고가 아닐까 생각된다”면서 “해당 뉴스가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DI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과학 분야 싱크탱크로,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원’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유 의원은 KDI에서 연구위원과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망국적 정책의 설계자이자 대한민국 국민을 실험실 개구리로 만든 장본인이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는 것을 벌써 잊었는가?”라면서 “이런 자가 단순히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내 식구 챙기기라는 미명하에,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KDI 수장으로 거론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은 이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표 KDI 원장 후임에 홍장표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을 지내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했다.

유 의원은 “LH 투기 사태로 레임덕이 가속화된 문재인 정부가 KDI의 쓴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고안한 술책(術策)인가”라면서 “지난 50여 년간 오직 나라를 위한다는 신념 하나로 경제정책을 연구해 온 KDI 연구자들에게 매우 굴욕적인 인사”라고 했다. 이어 “나라의 경제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마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유경준 의원은 《월간조선》 2021년 3월호 인터뷰에서 “한국의 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주창해온 임금주도성장”이라면서 “이를 한국으로 급조해 들여오게 되면서 자영업자들을 의식해 이름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조직된 근로자(내부자·노동조합 가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 ‘외부자(자영업자·실업자·신규취업희망자)’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준다”면서 “고용과 전체 소득분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홍장표 교수는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이른바 ‘통계 왜곡’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과장하기 위해 자영업자·무직자·실업자와 ‘하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제외한 채 임금근로자만 표본으로 해서 소득 통계를 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이 임금근로자의 90%에 긍정적’이라고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이 통계를 문제 삼았고, 청와대는 홍장표 수석을 경질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