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죽이기’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권 주자로 키웠다. 지금까진 ‘윤석열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만큼 파괴력이 상당하다. 

여ㆍ야를 막론하고 윤 전 총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안철수 후보 측은 ‘철석연대’(안철수의 철, 윤석열의 석)를 이야기하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윤 전 총장과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과는 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하던 시절부터 간간이 연락을 해왔던 사이”라며 “윤 전 총장과 다른 후보 관계를 봐도 제가 가장 편하게 (윤 전 총장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신드롬’의 주인공이 여럿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를 바탕으로 한때 유력 주자로 떠오른 정몽준 전 의원이 ‘신드롬’ 이라 불릴 만 한 첫 번째 케이스일 것이란 분석이다. 단시간에 유력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색깔과 전혀 다른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섰다가 패배, 가라앉았다.

2006년도에는 고건 신드롬이 불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안정된 국정운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한때 지지율이 2위와의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햇볕정책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이후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2011년에는 안철수 신드롬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누군가는 ‘안철수 현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 무대에 오르자마자 당시 부동의 대선 후보 1위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선 바 있다. 안 후보는 계속 정치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당시 신드롬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태껏 한국 정치에서 ‘신드롬’의 주인공이 대권을 차지한 적은 없다. 정치 세력 교체의 기대가 한 사람에게 몰렸지만, 당사자들은 그 부담을 견디질 못했다. 

2021년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윤 전 총장의 미래는 어떨까.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초토화한 ‘적폐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혹독한 신고식과 검증이 불가피하다. 

윤 전 총장이 그간 정치권을 흔들었던 ‘신드롬’들을 연구,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다면 국내 정치사의 첫 ‘신드롬’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야말로 일장춘몽이 될 가능성도 크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