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익,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 ‘부정’ : 월간조선

지난 4월 중순 일본 군마(君馬) 현립 근대미술관에서 전시 예정이었던 ‘간토(關東) 대지진 군마현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본뜬 작품이 돌연 철거된 데 이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다음 달 1일 열리는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하는 등 간토 대지진 관련 일본 우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마현립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의 비’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각각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고 적힌 황동색 판으로, 현지 시민단체인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모비를 지키는 모임’이 지난 2004년 건립했다. 미술관에서 철거된 작품은 시라카와 마사오 씨(白川昌生)의 작품으로 상기 추모비를 표현한 지름 5m, 높이 4m 정도다.

군마현은 “추모비의 존폐를 둘러싼 재판 당사자가 유무의 양론을 전시내용으로 제시하지 않는 이상 적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작품 철거에 관해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는 군마현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관이 있는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건립된 조선인 노동자 추모비 설치 허가의 갱신을 둘러싸고 민사소송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마현은 2014년 열린 추모비 앞 집회에서 상기 시민단체가 한 발언을 ‘정치적’이라고 문제 삼아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예술작품을 정치적으로 연결시키는 비상식적인 자세이다. 이는 ‘과거 일본의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억 반성 그리고~’ 측은 “이런 작품 이니까 전시하지 말라는 것은 이상하다.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침해이며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는 일은 일본에서 관례로 여겨져 왔다. 2006년 이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등 역대 도쿄도지사들이 매년 추도문을 보냈고 고이케 지사도 지난해에는 추도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본 우익단체들은 “학살은 조선인들의 폭동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며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을 강타한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들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했다. 일조(日朝)협회 등 민간단체는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고자 1973년 도쿄 요코아미(橫網)정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도행사를 가져왔다.

일조협회 실행 위원회는 지난 26일, 고이케 지사의 대응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고이케 씨가 추도문 송부를 그만둔 것은 간토 대지진 때 야기된 재일 조선인에 대한 학살 사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역사 수정주의, 배외주의의 조류에 몸을 맡기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국과 세계로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사태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지난 24일 고이케 지사의 결정에 대해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이케 지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이집트 카이로대학을 나왔다. “여성의 경우 남성의 10배 정도 결과를 내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고 발언해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극우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는 등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그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망언도 했으며 2007년에는 미국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미국으로 건너가 로비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과 행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연명으로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2005년 여름에는 가벼운 복장을 입자는 ‘쿨 비즈 캠페인’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일본이 우선’이라는 모토의 정치단체 ‘일본 퍼스트회’를 설립했다. 우익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노골적으로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글=주장환 월간조선 뉴스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