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효성 여자배구단이 체벌을 당해 하반신에 멍이 든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 충격을 줬다.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흑역사로 꼽힌다. 

1992년 1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제9회 대통령배 전국남녀배구 1차 대회에 출전한 효성 여자배구단 선수들은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선수들의 멍을 본 관중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야유를 보냈었고 일부는 팀을 찾아가 선수에 대한 체벌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이틀 전이었던 18일 후지필름과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진 뒤 숙소에 돌아가서 코치와 감독으로부터 단체 기합을 받으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모든 선수들에 상처가 있었는데 주장 김경희씨만 없어서 체벌에 함께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김씨는 최근 학교폭력(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엄마다. 

국가대표 출신 김씨는 고교 시절 동년배 중에서 랭킹 1위 세터로 통했다. 그는 고교 졸업시즌이었던 1984년 효성 배구단과 국제 배구단 두 팀에 이중으로 가계약이 되어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면서 성인무대에 데뷔하지 못할 뻔했다. 이후 배구협회의 조정으로 효성 배구단으로 입단했다.  

효성 배구단에서 세터로 활약했으며, 1988 서울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실이 폭로되는 과정에서 김씨가 팀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학생의 한 부모는 14일 인터넷 게시판에 "쌍둥이의 어머니가 '언니한테 공 올리라고 코치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경기장에 가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부모가 팀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라는 말 역시 여러 번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피해 선수는 폭로 글에서 "쌍둥이 선수가 잘못했을 때도, 부모에게 이야기를 하면, 결국 단체로 혼이 났다"고 적었다. 사실상 김씨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