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는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 월간조선

1년 동안 백악관의 수석전략가를 맡았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이 지난 18일 전격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라드 쿠슈너와 함께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배넌의 해임은 백악관의 권력지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넌은 해임이 된 이후 자신이 설립했던 언론사 브레이트바트(Breitbart)로 돌아갔다. 배넌이 경질되자 올해 1월부터 트럼프의 보좌관 역할을 했던 세바스찬 고카(Sebastian Gorka)도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고카는 배넌과 함께 브레이트바트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고카는 사의를 표하며 트럼프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알려졌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벤트들을 볼 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약속이 백악관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대통령님, 제가 당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백악관 밖으로 가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바스찬 고카 / 사진 = 벤 큐

브레이트바트에 따르면 고카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마스터에 의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아젠다에 충실했던 주요 인사들이 경질되는 와중에 이슬람 극단적 테러주의에 대한 주요정책들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카가 말하는 경질된 주요 인사는 비서실장을 맡았던 라인스 프리버스, 군사보안전략가인 리치 히긴스, 그리고 스티브 배넌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물러난 리치 히긴스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한 의견을 5월에 메모에 적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맥 마스터에 의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 적혀있는 위협의 존재는 글로벌리스트, 은행가, 딥스테이트, 이슬람주의자들이다. ‘딥스테이트’는 반정부주의자를 뜻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하는 배후세력을 의미한다. 메모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미국 문화계를 점령하고 미국 행정부를 폄하해 몰아내려는 마오쩌둥식 혁명을 기획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 사진 = 뉴시스

최근 이뤄진 파격적인 인사교체는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의 경질되면서 시작됐다. 라인스 프리버스는 주류정치인이면서도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에서 연설을 하는 등 극우진영에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버스가 비서실장 자리를 존 켈리에게 넘겨주게 되면서 스티브 배넌과 다른 극우 인사들의 경질은 예상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프리버스는 새로운 비서실장 존 켈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방향을 바꾸고 리셋 버튼을 누를 권한이 있다. 그건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 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을 예고했다.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 하이브가 작성한 백악관 인사배치도 / 제작 = 마크 네리스

불과 몇 달 새에 이뤄지고 있는 백악관의 파격적인 인사교체는 백악관 내의 권력암투가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준다. 백악관은 글로벌리스트들과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그룹의 대결로 점입가경이다. 아직 백악관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극우진영 인사는 공보국장 스티븐 밀러 뿐이다. 현 상태만 보면 글로벌리스트들의 승리로 보인다. 하지만 배넌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에 복귀한 날 편집장인 알렉스 말로우는 트위터에 ‘#전쟁’ 해시태그를 올렸다. 배넌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위해 의회·언론·경제계 반대자들과 전쟁을 할 것”이라며 "대상자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관대한 맥마스터"라고 밝혔다.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