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사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 약 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인들의 기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특정 인물이 수천억원대 사재(私財)를 기부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조(兆) 단위의 기부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범수 의장은 8일 임직원(크루) 채널을 통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부 계기에 대해 "지난 3월에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플랜은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기회를 열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 등 총 10조원이 넘어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오너들은 수백~수천억원대의 사재를 기부해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명예회장은 정몽구재단에 계열사 주식(2007년과 2011년 현대글로비스 주식, 2013년 이노션 주식) 등 총 8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 가족과 삼성그룹도 삼성이건희장학재단에 4500억원을 기부한 것을 포함해 주식 등으로 총 8100억원을 기부했다.

SK그룹 총수 일가의 맏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27년간 사재를 털어 총 132억원을 기부했다.  구광모 대표를 비롯한 고 구본무 회장의 유족들은 LG가 운영하는 공익재단에 총 5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016년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국내 인공지능(AI)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했다.

사재 기부가 대기업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대표는 지난해 말 어린이병원 및 어린이의료센터 건립에 사재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은 지난해 평생 번 돈 766억원을 신기술 학문 연구에 써 달라며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