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대수는 2300만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인구 약 2명당 한 대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교통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겁니다. 결국 우리 모두 잠재적인 교통사고환자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합니다. 가벼운 접촉사고의 환자들은 외래로 치료를 받지만 중증 교통사고 환자분들은 입원치료까지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유난히 생각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40대 여성분이었습니다. 차대인(車對人) 사고였는데 후진하는 트럭 밑으로 끌려 들어간 분이었습니다.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골절 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척추기립근 전체가 단단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우리 몸은 급성이든 만성이든 충격량이 쌓이면 근섬유들의 섬유화가 진행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침, 약침, 추나, 도침과 같은 특수침으로 척추 마디마디를 치료하면 하루 정도 나아졌다가 다시 굳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된 사례였습니다. 지난(至難)한 치료 후에야 일상생활에서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뼈가 부러질 정도여야 큰 사고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절 상태가 아니면 대수롭게 여기는 겁니다. 그러다 치료를 계속 받아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통사고 후유증이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더군다나 거북목, 경추, 요추 디스크 등으로 척추 자체가 안 좋은 분들은 사고가 나면 충격을 더 크게 느끼는 듯합니다. 

교통사고로 내원한 60대 여성은 차대차(車對車) 사고로 차량이 폐차될 정도 큰 사고를 당한 환자였습니다. 사고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목과 안전벨트를 맨 가슴 부분의 통증이 계속된 겁니다. 굳어버린 목 부분과 가슴 부분의 경화된 곳을 차례차례 풀어주고, 어혈을 없애는 한약을 복용하고 나서야 편안해질 수 있었습니다. 

한의사로서 가장 많이 접한 환자는 교통사고로 경추부 손상을 당한 분들입니다. 이들 환자 중에는 X-ray나 MRI상으로 뼈 정렬상태는 정상이지만 척추 사이에 붙어있는 크고 작은 인대와 근육들이 미세한 손상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오늘도, 영상진단상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목의 정상적인 운동범위는 전후굴곡시 최소 45도, 좌우회전으로는 80도 이상입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전후굴곡 좌우회전각이 20~30도가 채 안됐습니다. 도침이라는 특수침으로 자침(刺針)하자 환자의 굳은 얼굴이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모든 의사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아픈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수술을 반드시 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보존적 치료가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교통사고 상해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질환에도 적용되는 명제랍니다.   

필자 / 최성운

연세대 법학과 및 동신대 한의학과 졸업. 연변중의대·카톨릭의대해부학교실·고려대응용해부학교실 침도실습교육, 全캐나다 중의사시험통과(Pan-Canadian Written and Clinical Case-study Examination TCM Practitioner),  미국내과의근골격계초음파시험통과(Alliance for Physician Certification & Advancemet RMSK). 연부조직한의학회 교육위원, 現 해달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