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나해 5월 사표 수리 건과 관련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할 당시 대화를 녹음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불법도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의원은 4일 국회 대정부질문 질의에서 “오늘 아침 임성근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불법도청해서 폭로했다”며 “우리나라의 최고 법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부장판사가 불법 심부름센터도 하지 않는 불법도청을 해서 폭로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분들은 사법정의가 아니라 인간적·도의적 예의가 없는 것 같다”며 “이런 파렴치한을 국회에서 편들고 변호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의원이 주장한 ‘도청’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이야기, 회의의 내용, 전화 통화 따위를 몰래 엿듣거나 녹음하는 일”이다. 홍 의원 주장에 따르면 임성근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제삼자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는 얘기가 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는 와중에 앞으로 사실 관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이럴 경우에는 '몰래'했다는 게 중요치 않다.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은 상대방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할 수 있다. 이는 ‘불법’이 아니다. 대화 상대방이 ‘거짓 주장’을 할 때, 이를 공개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불법 도청’이라고 하는 건 ‘도청’의 의미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면책특권'을 믿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강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홍영표 의원 주장을 그대로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운영하는 콜센터가 고객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 역시 ‘불법 심부름센터도 하지 않는 불법도청’, 추후 분쟁 발생 시 녹음 내용을 ‘증거자료’로 내세우는 행위 역시 ‘인간적·도의적 예의에 벗어난 충격적인 폭로’가 된다. 그야말로 이 같은 어불성설 격 주장을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지낸 ‘4선 의원’이 국회에서 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충격적’이지 않는지 홍 의원이 자문자답하기를 권한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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