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이적성' 논란과 소위 '남탈북원(남한 원전은 폐쇄하고, 북한에는 원전 건설)' 지적을 받은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이는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직전 당시 산자부 직원들이 삭제, 은폐하려 했던 문건에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관련 17건 중 1건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문건 맨 앞에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을 들어 '실무자 차원의 아이디어'였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이른바 '친여 성향' 매체들도 이 같은 취지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북원추 논란'을 잠재우기에 부족하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란 식의 문구는 정부 부처 생산 문서 또는 외부 정책용역보고서, 어느 곳에든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에 불과하다. 

특히 민심, 여론, 상식에 어긋나는 '민감한 계획'을 담은 문건일 수록 '책임'지는 꺼려하는 공무원들은 이 같은 '조건'을 명기한다. 경험칙상 정부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과 단체들도 아무리 유력한 '계획안'이라고 해도 '공식 발표' 전까지는 '공식 입장'이라고 밝히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당 문건에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에 원전 건설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 송전 등 세 가지 방안과 함께 신규 건설할 원자로 노형,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 그러면서 '북한 지역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해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해당 문건의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란 표현은 과거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에 따라 중단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원전 부지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란 입장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해당 표현은 '북원추' 논란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산자부가 '북한 원전 건설'에 관한 문건을 왜 '내부검토용'으로 만들었느냐는 점이다. 해당 공무원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이 문건을 생산했는지, 혹은 '윗선'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생산한 것인지, 이밖에 '북원추' 관련 자료는 왜 같이 저장해 놨으며, 감사원 감사 직전 이를 왜 은폐하려 했는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이런 사정들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해당 문건 내용과 관련해서 드는 의문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원전'은 '경협'의 대상이 아니다. 애초 남북한 사이에 '경협'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와 세계 최빈국과 같은 처참한 경제 수준인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협력)' 관계가 될 수 없다. 일방적인 '대북지원 또는 원조'만 가능할 뿐이다. 

이런 대북지원이 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해도 '원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에 대해 여권은 '비현실적 발상'이라고 해당 문건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또 친여 성향 매체들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문제는 '북한 원전 건설'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국내에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산자부 원전산업정책과가 이를 생산했느냐는 점이다.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주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문건 생성 시점은 백운규 당시 산자부 장관이 '월성원전 한시적 가동' 의견을 제시한 원전산업정책과 등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원전을 그때까지 가동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하란 말이냐. 어떻게 이따위 보고서를 만들었느냐” “너 죽을래?”라고 하면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직후다.   

물론 백운규 장관은 해당 발언을 포함한 겁박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와 관련 최재형 감사원장은 “어떤 한 분(산자부 직원)의 진술을 전제로 말하긴 곤란해 감사보고서에는 강하게 질책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죽을래?" 발언의 실재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탈원전'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산자부 장관이 '강하게 질책'한 상황에서 산자부 일개 부서 공무원이 어떻게 '감히' 대통령의 탈원전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북한 원전 건설'을 구상하고, 이를 문서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