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조선족’을 ‘조선족’이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7일, 한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지난 21대 총선 당시 자신이 출마했던 서울시 광진구 을 지역구의 정치 지형을 설명하면서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양꼬치 거리에”라며 “이분들이 90% 이상 친(親)민주당 성향”이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민족 혐오 표현’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이를 사설로 다루면서 “오세훈, ‘혐오·차별 발언’ 자성하고 사과해야”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우리 국민 중에 중국 동포라는 용어에 익숙한 분이 많나, 조선족에 익숙한 분이 많나”라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조선족 동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오세훈이 조선족이라고 표현하면 혐오 표현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진에 있는 #양꼬치거리에 다녀왔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과 함께 사진 2장을 올렸다. ‘양꼬치 거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족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밀집한 구역이다.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의 경쟁 상대였던 오세훈 전 시장이 ‘조선족 혐오’ 논란에 휘말리자, 마치 보란 듯이 조선족 밀집 지역인 ‘양꼬치 거리’를 방문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글에서 고민정 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참고로, 2004년 KBS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14년 동안 활동했고, ‘문재인 청와대’에 들어가 부대변인과 대변인으로 일한 만큼 객관적으로 ‘국어 실력’만큼은 ‘국민 평균’보다 월등할 수밖에 없는 고 의원의 글을 ‘원문’ 그대로 올린다.
〈광진에 있는 #양꼬치거리(기자 주: 양꼬치 거리)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광진 주민들이, 그냥 우리 이웃이 살고 있는(사는) 곳입니다. 양꼬치거리에 있는 #훈춘양꼬치 에(훈춘양꼬치에) 가서 사장님이 자신있게(자신 있게) 추천하시는 #고기가지튀김과 #마라샹궈를 #한끼포장(한 끼 포장) 해왔습니다. 그리곤 오랜만에 두 아이와 남편과 오붓한 저녁식사를 나눕니다.(여러분도 주말에 광진 #양꼬치거리 에 오셔서 #한끼포장 해가시는 건 어떨까요? 맛 보장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했습니다. 우리 광진 주민들이 외롭지 않게 할겁니다(할 겁니다). 꼭 지켜드리겠습니다(지켜 드리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이 같은 정치적 공방과 무관하게 결론만 얘기하면 조선족을 조선족으로 부르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 조선족은 자신들의 ‘조국’을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라고 여긴다. 그들 정체성의 근원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얘기다.
법적으로 봐도 그들의 국적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동북 지역인 요양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주로 모여 사는 이들을 ‘조선족’이라고 칭한다. 연변에 있는 이들의 밀집 주거 지역 역시 ‘조선족 자치주’로 불린다. 중국에서 이들을 조선족으로 분류하는 데는 차별적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다. 중국은 절대다수를 점하는 한족(漢族)을 ‘한족’이라고 부른다. 소수민족 명칭도 이와 마찬가지로 ‘○○족’이라고 할 뿐이다.
이에 따르면 ‘조선족’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름이다. 이는 미국에서 혈통을 따질 때 쓰는 ‘○○계 미국인’과도 같은 표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선족’이란 명칭은 ▲익숙함 ▲사용 빈도 ▲문재인의 사용 여부를 떠나 그들의 ‘조국’인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쓰는 가치중립적인 법적, 행정적, 문화적 분류에 불과하다.
‘조선족’이란 이름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인상은 호칭과 사실 별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고려인’이라는 호칭에서는 긍정·부정 여부를 떠나 별다른 인상을 떠올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걸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무슨 ‘차별’이고, ‘혐오’라는 얘기인지 도대체 이해불가다. 미국인에게 ‘양키’ ‘양놈’ ‘코쟁이’라고 했다고 하면 모를까, 미국인이라고 하는 게 어떻게 ‘혐오’일 수 있을까. 일본인에게 ‘왜놈’ ‘쪽발이’라는 멸칭을 쓰면 모를까, 일본인이라고 했다고 차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인'을 중국에서 부르는 그대로 불렀다고 해서 그게 어떻게 ‘혐오’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조선족이 '멸칭'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대체 무엇인가? 이런 얘기는 결국 ‘한족(漢族)’을 ‘한족’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혐오·차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이게 과연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그럼 이들은 대한민국으로 귀화해 지금은 '조선족'이 아닌 같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 '출신'을 따졌다고 분노하는 것인가. 중국 국적 조선족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화해 우리 국적을 취득한 이에 대해 평소 '조선족'이라는 배경을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특정인을 설명할 때, 정치·경제·사회적 현상을 분석할 때 ▲혈통 ▲출신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게 무슨 ‘혐오·차별’이란 얘기인가. 심지어 국내 언론의 인물 관련 기사에는 항상 등장하는 게 바로 "○○도 ○○시·군·구 출신"이란 내용이다. "이 사람은 경상도 출신" "저 사람은 전라도 출신"이 차별적 표현인가. 그 뒤에 이어지는 정치적 선입견과 그에 따른 언행이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해당 표현 자체는 객관적 설명에 불과하다.
그럼 오세훈 전 시장이 "90% 이상 친(親)민주당 성향"이라고 한 주장이 '혐오적 발언'이란 얘기일까. 대체 무슨 지적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