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가 내놓은 '콤팩트 도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장관은 26일 비대면 시민보고 형식의 출마선언식을 갖고 "서울을 인구 50만명 기준의 자족적인 21개의 다핵 분산도시로 전환하고, 권역별로 21분 내 모든 이동이 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콤팩트 도시'를 제안했다.

이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4년 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했던 '복합화에 대한 비전'의 강연 내용과 유사하다. 이 회장은 서울을 지역별 거점이 있는 거점도시로 만들어 사람들의 업무와 생활이 이삼십분 내에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4년 2월 93분에 걸쳐 했던 강연했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서울시가 대한민국의 팔십프로야. 미국으로 말하자면 뉴욕 워싱턴DC 시카고 보스톤 샌프란시스코를 다 합친게 서울이란 말이야. 서울이 잘못되면 꿈이 안보인다고. " 

"지금같아선 기회를 상실하는 게 한두가지가 아냐. 사람들이 한시간반 버스 지하철 타고 출근하고, 이발소 한번 가도 30분, 점심약속 있다 하면 한시간이야. 이래갖고 언제 일을 하나. 서울이 경제적으로는 대한민국의 70%가 넘는데 생산성이 너무 떨어져. 일본이나 독일에 비하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10분의1이 안 돼."

"(서울에) 지구별로 선을 쳐야 돼. 각 거점 1평방킬로미터 안에 복합화를 하는 거지. 서울시에 22개 512개 동이 있는데(1994년 당시:편집자주) 22개구를 특화를 해서 일주일동안은 자기 거점에서 나올 필요가 없게 하는 거야. 그럼 도로가 안 복잡하잖아. 중구나 용산구 같은 중간지역에는 각 구에서 오기 좋은 센터를 만들고." 서울시 1000만 인구를 20여개의 생활권으로 나누면 각 생활권은 50만명 규모가 된다. 박 전 장관이 제안한 수치와 유사하다. 

"자기 구에서는 한달, 동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안 나오게 하면 돼.  한 빌딩 안에 사무실 주택 학교 양로원 병원 다 넣어보자 이거야.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뭐냐. 설계 제조 판매 하는 사람이 한자리에서 2km안에서 15분 안에 모여지는 나라나 도시가 얼마나 경쟁력이 높겠어. 반도체가 10년만에 세계 1등이 된 이유가 기흥에 연구소 공장 개발실 주택이 전부 모여있잖아. "

"인프라도 빨리 바꿔야돼. 남산에서 고속도로 갈 차하고 강남 갈 차하고 지상 지하로 나누면 되잖아. 이러나 5년 안에 한남대교는 마비가 될 거야. 서울에는 적어도 소형비행장이 4개 이상 있어야 국제도시, 경쟁력있는 도시가 된다고."

<월간조선>은 2020년 10월 이 회장이 사망한 후 이 회장의 육성녹음테이프 27시간 분량을 단독입수해 잡지와 홈페이지(뉴스룸), 유튜브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