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디오트 상가(이하 디오트)의 특정 소유주가 일부 시설을 불법 용도 변경해 150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디오트 판매시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위원장 황택상)는 11월 26일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사우나 시설, 돌연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
디오트는 지하 5층, 지상 8층의 집합 건물로 2006년 5월 개장했다. 용도 변경과 관련해 문제가 된 곳은 디오트 지하 2층이다. 분양 당시 지하 2층 사우나(근린생활시설)를 매입한 A씨 등은 디오트가 ‘그랜드 오픈’을 한 지 보름만인 같은 해 5월 17일, 서울 중구청에 용도 변경 신청을 냈다. 중구청은 용도 변경 허가 신청을 받은 지 8일 만인 5월 25일 용도 변경 허가를 내주었다. 이 같은 용도 변경으로 지하 2층 사우나 시설은 총 244개 판매시설(상가)로 분할됐다.
비대위원들은 감사 청구장에서 “지하 2층 근린시설을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을 허가한 것은 기존 판매시설을 매입한 분양자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들은 "용도 변경은 다른 상인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런 절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 등이 불법 용도변경으로 현재 약 1500억원가량의 개발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건축물이라고 지적한 지 14년이 되었는데...’
이와 함께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이 역시 불법시설에 해당한다고 비대위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감사 청구장의 관련 내용이다.
<지하 3층 주차장에서 지하 2층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를 2006년도에 불법적으로 설치한 행위와 결과에 대하여 중구청에 수차례의 진정과 민원을 제기하였음에도…(중략) 불법적인 행위와 그 결과물에 대하여 중구청은 14년 동안 아무런 행정처분도 없이 2020년 현재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황택상 비대위원장은 “불법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관련해 지난 9월과 10월, 11월에 세 달에 걸쳐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중구청 관계자는 ‘사진을 찍어 달라. 그래야만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황택상 위원장의 말이다.
“제가 (에스컬레이터) 사진을 촬영해 중구청 건축과에 제출했습니다. 건축과 관계자는 ‘그것이 불법 건축물임을 인지(認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행정처분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더군요. 제가 ‘불법 건축물이라고 지적한 지 14년이 되었는데 마치 이제 안 것처럼 말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따졌습니다.”
또다시 용도 변경 신청한 디오트
올해 9월 디오트는 또다시 용도 변경 신청을 했다. 이번엔 오피스 시설인 지상 5층이었다. 5층을 판매시설로 바꾸겠다는 게 용도 변경의 주된 요지였다. 감사 청구장의 내용이다.
<2020년 9월 8일 또다시 지상 5~8층에 있는 5층 오피스를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 허가 신청서를 중구청에 제출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디오트 판매시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한 사실여부를 중구청 건축과에 수차례 문의를 하여 확인을 한 후 2020년 9월 18일에 ‘디오트 5층 판매시설 용도변경 신청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용도변경 허가 신청의 불가한 이유를 들면서 신청인들의 무분별한 용도 변경 신청을 반려하여 주실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황택상 위원장은 “중구청 건축과를 방문해 디오트 5층 오피스의 판매시설로의 용도변경의 불가한 이유와 원인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건축과장과 담당 실무 직원은 ‘용도변경 신청인들의 신청에 건축법상 하자가 없을 경우에는 중구청 건축과에서는 용도변경 신청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감사 청구장에는 이 대목이 자세히 적혀 있다.
<건축과 공무원은 ○○○은 “전체 공용부분에 불법건축물이 있더라도 불법건축물을 어느 시설에서 설치하였느냐에 따라 판단을 할 때 불법건축물이 판매시설에서 주도하였고 오피스는 관여를 하지 않았기에 용도변경허가 신청에 대하여 허가를 내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건축과에서는 신청서를 반려할 수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는 순간 구청 공무원들이 우리들을 ‘무지렁이로 알고 있나’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우리 비대위원들은 건축과 과장 ○○○와 담당인 ○○○에게 “그와 같은 답변에 근거는 무엇인지와 그 근거가 있다면 우리들에게 근거를 제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ooo은 “국토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라는 답변을 하였기에 우리들은 재차 그렇다면 그 지침을 우리들에게 제시하여 줄 것을 요청하자 ○○○은 “알았습니다.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수차례 방문을 할 때마다 국토부 지침을 달라고 하였으나 건축과 담당 ○○○은 우리들에게 국토부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 공무원은 중구청의 업무 처리 비판
비대위원들은 결국 국토교통부를 찾아야 했다. 이들은 지난 11월 13일 국토부 건축정책과를 방문해 ‘디오트 5층 오피스의 판매시설로의 용도변경 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비대위원들은 건축정책 담당 주무관에게 불법 건축물이 존재하는 집합건물의 용도 변경신청 및 허가가 가능한지 물었다. 중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불법 건축물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그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국토부 담당 공무원은 “공무원이 업무처리를 함에 있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답변했다. 비대위원들은 “중구청이 디오트와 관련해 용도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질의가 오면 우리들이 진정한 내용을 참조해 명확한 답변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국토부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했다.
비대위원들은 지난 11월 17일 중구청을 다시 방문해 국토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중구청 담당 공무원에게 ‘국토교통부에 대형 집합건물에 불법 건축물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용도변경허가가 가능한지 명확한 질의를 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은 ‘질의를 한다면 확실하게 문제점을 명시하여 해야 한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현재 국토부는 5층 오피스의 용도 변경과 관련한 중구청의 질의를 접수한 상태다.
“중구청이 디오트 5층 용도 변경 허가해주면 유착관계 의심할 수밖에”
황택상 위원장은 “그동안 비대위는 용도변경이 불가한 근거로 집합건물의 공용 부분에 건축된 불법 건축물(에스컬레이터) 사진과 관련 건축대장을 중구청에 제출했었다”며 “중구청이 명백한 위법 사항을 방치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5층을 용도 변경 신청한 디오트 측의 행태 또한 납득이 안 된다”며 “만약 중구청이 디오트 5층을 용도 변경 허가해준다면 이는 디오트 측과 구청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구청 관계자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원상 복구 이뤄져야 하는 부분"
이에 대해 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25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지하 2층 용도 변경 관련 건은 서울시에서도 감사를 진행했던 부분"이라며 "당시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며 종결 처리를 했었다"고 밝혔다.
건축과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에스컬레이터) 관련해 "건축법에 따라 행정 명령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칙상 원상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 원상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디오트 상가 관리단에는 위반 사항에 관한 내용을 보내놓은 상태"라며 "구분 소유자(상인)들에게도 위반 사항을 알려야 하는데, 그 수가 몇 백에서 몇 천명이나 돼 이 부분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축과 관계자는 "5층 오피스 용도 변경 관련 건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처리 날짜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축과 관계자는 "5층 용도 변경 건에 대해선 국토부에도 질의한 상태이지만, 아직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