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갑 전 수석이 반포동 자택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가 소통이 아닌 ‘쇼(show)통’에 불과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 행사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기획력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이벤트였다. 여성비하 등의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여성가족부와 여성국회의원들로부터 사퇴압력을 수없이 받았던 탁 행정관이 여전히 실세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직원의 인사권은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갖고 있으며 위원회는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주축이 된다. 민정수석은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해 인사검증의 책임을 지는 동시에 청와대 인사도 책임지는 자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불렸던 것도 이때문이다.
현 조국 수석 이전에 역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이호철 수석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검찰 출신이었다. 비검찰출신 민정수석(1986~1988)인 김용갑 전 의원은 <월간조선>과 만나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못 하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민정수석이 직언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 들어가면 분위기가 다르고 공기가 달라요. 대통령이 하는 일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인사도 대통령이 어떤 마음을 먹으면 거기에 누구도 반대를 하기 힘들어요. 또 반대로 참모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똑바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 한두명만 있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안 되는게 문제죠.”
-현재 민정수석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자면 여성비하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은 과감하게 자르겠다고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문제있다고 하는데 왜 자르지 못합니까. 대통령이 못 자르겠다면 민정수석인 내가 나가겠다고 해야 합니다.”
-행정관 한 명 때문에 그러는 건 어찌보면 좀 과격해보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장관이든 행정관이든 문제가 아니죠. 민정의 역할은 대통령의 좋은 통치를 지원하는 겁니다. 주변에 문제되는 사람이나 사안이 있으면 배제해야 돼요. 민정수석은 어차피 평생직업도 아닌데 왜 그 자리를 걸지 못합니까. 내 목을 걸고 직언하는 게 민정수석의 본분입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을 하지 못하면 정권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만큼 민정수석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겁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