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은 대대적으로 개기일식 방송을 내보냈다

ABC 뉴스의 개기일식 보도

지난 8월21일(미국 현지시각) 오전부터 'CNN', 'ABC', 'MSNBC' 등 미국의 방송사들이 동시에 '개기일식(Eclipse)' 특집 방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개기일식'은 우주공간의 궤도 상에서 태양-달-지구 순으로 늘어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 현상이다. '개기일식' 때에는 태양의 대기층인 '코로나'가 선명하게 보인다. 태양 표면보다 더 뜨거운 '코로나'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기에, 과학자들은 이 비밀을 밝힐 수 있는 '개기일식'에 관심이 크다.

대대수의 미국의 방송사들이 특집 방송까지 편성하며 실시간으로 보도를 한 것은 미 대륙을 온전히 가로지르는 개기 일식이 꼭 99년 만이어서다. '부분 일식'은 2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지만, 미국 서부에서 동부 모든 곳에서 개기일식을 눈으로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18년 6월 8일이 마지막이었다.

필자는 현재 씨애틀에 거주 중이라서 미국 서부 해안 지역으로 분류된다.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전 10시15분경, CNN 속보를 통해 '서부 해안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시작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평소같으면 한창 밝아지고 있을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타올라야 할 해가 점차 빛을 잃어가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시력 보호 차원에서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도로의 자동차들, 건물들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 봤던 음습한 그 어떤 기운이 스물스물 저 멀리서 오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10시20분경,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씨애틀 지역은 아쉽게도 달이 태양을 100% 가리지 않아 오밤중 같은 풍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해가 뉘엇뉘엇 저무는 초저녁에서 늦저녁으로 넘어가는 중이라고나 할까.

시간은 오전 10시20분이었지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오후 7시 반 정도였다. 하지만 매일 찾아오는 저녁과 아침에 느끼는 초저녁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햇살이 달에 가려진 아침은 '세상의 생명체들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며 쓰러져가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비록 '태양이 완벽하게 가려지는' 일식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미국 중부에서는 이런 경이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라스카 등 중부 지역에는 2분~2분30초간 태양이 완벽하게 사라진, 칡흑같은 어둠의 '오전 11시'가 있었다고 한다. 방송 앵커는 "완벽한 개기일식을 눈으로 보기 위해 다른 주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시작된 개기일식은 오후 12시경, 동부 해안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발코니에서 이번 개기일식을 지켜봤다고 한다.

글=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