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통해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당헌(黨憲)을 개정한 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갖은 말로 변명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31일과 1일 이틀 간 실시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전(全) 당원투표 결과를 두고 “투표율이 3분의 1에 못 미쳤는데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당헌·당규의 ‘당원 및 당비규정’ 38조는 전 당원투표에 대해 “전 당원투표는 전 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 당원투표는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이 참여해 26.35%의 투표율에 불과했다.

그러자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번 투표는 당헌 개정을 통한 후보 공천에 대해 당원들의 의지를 물은 것이고, 당헌 개정은 내일 열릴 중앙위 의결을 통해서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전 당원투표의 경우 ‘의결’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전 당원의 의견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투표율 조항의 해당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민주당이 실시한 소위 전 당원 투표는 일종의 여론조사였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투표’라는 ‘표결’이 아니라 여론조사로 ‘당의 헌법’인 당헌을 개정했다는 소리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헌법도 국민투표가 아니라 여론조사로 개정할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11월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같은 경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중에 사퇴했음에도 공화당도 후보를 냈다”며 “후보를 내는 문제는 ‘고도의 정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헌법이나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후 미국에서는 대통령 보궐선거가 실시된 적이 없다.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미국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1976년 대선에서 포드가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와 붙었지만, 이 대선은 4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정기 대선이었지, 닉슨 사임에 따른 보궐선거가 아니었다.  
또 신 최고위원이 '고도의 정치영역' 운운한 대목도 문제다. 그런 논리로 당의 헌법과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당규를 묵살해도 되나? 그런 주장을 하는 정당이라면 '고도의 정치영역'이라는 이유로 헌법과 법률도 짓밟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