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로 죽어가는 기업 옥죄는 여야... 야당에서도 홀대당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월간조선

여야가 이른바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나 호소했지만 사실상 '홀대'를 당했다. 면담 시간은 이 대표와는 20분, 김 위원장과는 10분에 불과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라며 재계의 입장을 들어줄 토론의 장이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경제계 입장은 이해한다, 이야기를 듣겠다"면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은 부인하지 않았다. 여야가 드물게 같은 뜻을 보이는 사안인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만 회장은 현재 재계와 산업계를 대표해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지난 정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대한상의는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가 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재계를 대변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불통(不通)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때도 그랬다. 그의 형인 박용성 전 대한상의 회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대한상의 회장을 지내며 정부의 반(反)기업적 정책에 강하게 대응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업인이 정부에 '찍힐 수 있는' 쓴소리를 하기 쉽지 않다. 야당도 기업의 편이 아니다. 103석을 보유한 야당의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사람이다. 다른 문제는 그렇게 충돌하고 싸우던 여야가 공정3법만큼은 한마음이다. "하필 이럴(코로나19) 때 기업을 옥죄어야 하나"라는 원망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파업했던 의사협회도 코로나19로 전국민이 어려울 때 정부가 여론몰이로 정부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 공정3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서민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와 '공정'을 외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