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부동산 정책과 자신의 강남 아파트 처분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 실장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현실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래통합당 김정재 의원이 먼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 가진 자가 죄인이 되고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이 됐다"며 포문을 열자 노 실장은 정부의 안정화 정책에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지한다는 이야기인데, 근거가 무엇인가. 노 실장은 최근 상승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했지만 사실 코로나19 감염세 급증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 이후로 규정한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통한 게 컸다.

이 집회와 전혀 상관이 없는 통합당의 연관성을 제기하면서 상승세를 보이던 통합당의 지지율이 꺾였고, 반대급부로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노 실장은 자신의 아파트는 MB때도 올랐다고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5년(2008년 2월~2013년 2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3.2% 하락했다. 침체한 주택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던 박근혜 정부 때는 10.5% 올랐다. 반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2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 실장은 김성원 통합당 의원이 "언론에서 '똘똘한 한 채'니 해 가지고,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해서 청주 한 채만 팔려고 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노 실장은 "사실은 뭐 똘똘하지도 않다. 10평짜리"라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노 실장의 서울 반포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정확히 45.72㎡다. 13.8평과 10평은 차이가 있다. 노 실장이 안 파려고 했다가 판 이 아파트는 20평형이다. 그리고 14년 만에 8억5000만원의 차익을 본 것은 일반 국민의 시선으론 똘똘한 한 채일 가능성이 크다.

노 실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값을 묻는 말에는 "글쎄요"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때문에 국민은 피눈물이 나는데, 대통령의 최측근은 서울 아파트 평균값을 몰랐는지 알면서도 모르척했는지 어쨌든 답을 하지 않았다.

노 실장은 “솔직한 얘기로 그거 두 채다 판 거 합쳐봐야 아파트 하나 사지도 못한다”며 “세금이 그렇게 될지도 몰랐다”고 했다.

자, 노 실장은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먼저 매각함에 따라 약 3억 원 이상의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청주 아파트를 팔아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 신분인 노 실장은 주택을 팔 때 실거래가 9억 원까지 양도세를 내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노 실장이 11억 원에 반포 아파트를 판다고 가정하면, 9억 원의 초과 상승분인 2억 원에 대한 양도세만 내면 된다. 14년간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기 때문에 양도세는 수천만 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2억3500만원에 서울 반포 아파트를 11억3000만원에 매각했다. 총 13억 6500만원에서 수천만 원대의 세금을 냈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10억원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하나 사지도 못한다고 했다.

10억을 가지고도 아파트를 못 사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 놓은 책임자 중 한 명이 이런 비참한 현실을 들이대며 해명한 셈이다.

국민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억원 가까이 가지고도 집을 사지 못한다고 하는 현실에 내던져진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