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오보를 낸 KBS가 보도 관련자(기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자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KBS 사측은 “구체적인 경위 파악에 착수했고, 27일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열어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 과정의 실수를 검찰 또는 여권의 청부 개입으로 꿰맞춰 가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억지 추론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사내외에 왜곡된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상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사측의 이러한 입장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9일 KBS 공영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측이 내놓은 입장에 대해 “이미 본 사건은 전 국민적인 초미의 관심사가 돼버렸다. 특검이나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라며 “그런데 KBS 양승동 사장은 ‘검찰 또는 여권의 청부개입으로 꿰맞춰 가려는 시도’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억지 추론을 중단’하란다”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병의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진단처방이 나온다”며 “양승동 사장은 상황판단부터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대상은 오보를 전한 기자와 법조반장, 법조팀장, 사회부장, 디지털뉴스주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노조 비대위)도 성명을 내고 “보도 과정의 실수일 뿐이라면서 보도 관련자 5명을 공방위(공정방송위원회)도 열리기도 전에 왜 서둘러 인사위에 회부시켰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비대위는 “노동조합과의 협의과정도 없이, 공방위를 통해 사건 실체가 확인되기도 전에 이렇게 5명의 기자를 인사위에 회부해도 되는 겁니까? 더구나 인사위에 회부했다는 내용을 외부 기자들에게 알린 까닭은 도대체 무엇입니까?”라고 사측에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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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성명서에 담은 만평. 1999년 3월 11일 방송법 투쟁 특보 6호에 실린 만평을 각색한 것으로 ‘검언유착 오보사건’이라는 급한 불을 서둘러 끄려고 하는 양승동 경영진을 풍자한 내용이라고 한다. 사진= KBS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
‘공방위’란 KBS 노사 대표로 구성된 공정방송위원회를 말한다. 공방위는 KBS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편성과 제작, 보도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방송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내부장치 가운데 하나다.
KBS는 29일 이사회를, 30일엔 공방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와 공방위를 통해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S 내부 관계자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진상을 가릴 노사공방위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이들 5명이 출석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본부장, 사회재난주간 등 징계돼야할 보도 책임자만 나온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들어보고 싶은 건 취재 일선에 있던 그들의 목소리인데, 기자들을 다 빼돌리고 뭘 하겠다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노조 비대위는 기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을 두고 “이번 검언유착 오보사건의 책임은 보도 관련자보다는 보도 책임자가 져야할 것이며 인사위에 회부해도 ‘보도 책임자’가 그 대상이어야 할 것”이라며 “당장 인사위 회부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노조도 “‘KBS 기자 5명 혼내줄 테니 입 닫고 좀 조용히 해라.’ 뭐 이런 건가? 양승동 체제의 수준이 이런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당초 29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검언유착 오보 사건과 관련해 KBS를 항의 방문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통합당 측은 “금일 호우경보에 따라 재난주관방송사인 KBS 방문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오늘 항의방문은 잠정 연기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