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하며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 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며 “우리는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했다는 얘기다.

‘천박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이나 생각 따위가 얕거나, 말이나 행동 따위가 상스럽다”이다. ‘상스럽다’는 뜻은 “말이나 행동이 보기에 천하고 교양이 없다”이다. 이 대표 표현에 따르면 그 ‘천박한 도시’에 사는 서울시민, 날로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관심이 있거나, 이를 부러워하는 다른 지역 주민, 전국 각지에서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은 없는지 살피는 사람은 모두 “생각이 얕고, 언행이 천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야말로 ‘막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이해찬 막말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고 이를 전하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과거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측 인사들이 문제성 발언을 했을 경우 ‘막말’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 매체들이 왜 이 대표의 발언에는 그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박원순 장례식에 조문하고 나온 자리에서 기자에게 “XX 자식”이라고 한 사람이 과연 서울시민을 향해, 국민을 향해 ‘천박하다’고 큰 소리로 꾸짖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25일, 공보국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를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취지”라며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뒤 문맥은 생략한 채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 마치 서울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고수 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일이 뜻대로 안 되어 애가 타고 답답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할 때 “천박하다”고 할까.

과거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소위 ‘막말 논란’ 당시 야당 인사에게 했던 비판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해찬 대표는 자진 탈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대표를 윤리위원회에 부쳐 제명시켜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서울시민에 대한 석고대죄’를 요구해야 한다. 또 정의당 측에서는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이었던 정태옥 의원(20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에 살고, 망하면 인천에 산다”는 취지로 이른바 ‘이부망천’이란 ‘실언’을 했다. 당시 대다수 매체는 “인천, 부천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예: 오마이뉴스의 ‘분노와 피로감으로 뒤범벅된 인천...이부망천이 불러온 정치 혐오” 등) 를 내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당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스스럼없이 하다니 공당의 대변인이 맞는지, 이것이 자유한국당의 수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은 인천과 부천 지역 주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천·부천 지역 국회의원 윤관석·송영길·홍영표·신동근·유동수·박찬대·원혜영·설훈·김상희·김경협 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한국당과 유 후보가 인천·부천시민이 납득할 정도의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천을 찾아 “‘이부망천’이란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가 막혔다”며 “스스로 무능함과 못남을 탓하고 환경개선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머슴이 자신이 위임받은 지역을 그렇게 비하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이어 “이런 자들이 권력을 쥐고 국민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이들이 왜 청산돼야 할 세력인지, 이들이 머슴이면서 왜 지배자 행세를 해야 하는지, 왜 이들을 청산해야 우리 삶이 개선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의원(현 법무부 장관)도 부천을 찾아 “부천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도시다. 그런데 이 민주화의 도시에 대해 적폐세력이 감히 이부 망천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말을 했다. 당당하게 기호 1번을 당선시켜 이 세력이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회초리를 들어 달라” “지역을 폄훼하고 서민 가슴에 주먹질해대는 적폐세력에 단 한 표도 주지 말자”고 주장했다.

또 당시 추미애 의원은 “정 의원의 부천 비하 발언과 관련해 해당 지역 시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이부망천’은 있을 수 없는 망언이다. 인천과 부천시민에 대한 집단매도이자 지역민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정태옥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넘겼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만나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고 사과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300만 인천시민 여러분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태옥 즉각 제명’을 제안했다. 정태옥 의원은 결국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이와 관련, 장제원 당시 수석대변인은 “저희 의원(정태옥)이 탈당했지만, 인천·부천 시민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죄한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반성의 뜻으로 당력을 결집해 인천과 부천의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국민은 인천이 얼마나 훌륭한 도시이고, 부천이 얼마나 발전하는 도시인지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천·부천의) 그 발전에 더해, 정책 대안, 예산 지원 등 최선을 다하겠다. ”고 약속했다. 
 

정태옥 의원은 ‘이부망천’ 발언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인천시의원에 출마한 정의당 후보들이 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시민소송단’을 모집해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추진했다.

한편 4·15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31일, 인천 연수 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승연 미래통합당 후보가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유승민 의원을 소개하며 이렇게 인천 촌구석까지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한 게 또 ‘지역 폄하’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인천 ‘촌구석’ 발언은 ‘제2의 이부망천’ 발언”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천시민에 남긴 큰 상처를 또다시 후벼 판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촌구석이라는 말로 인천을 소개하는 이가 인천시민을 대표하겠다며 나설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더불어민주당의 ‘과거’를 감안했을 때 이들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칭한 이해찬 대표를 ‘제명’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